국회 공동연구, 정책서민금융·채무조정 한계 진단
저신용·저소득층,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 소외를 줄이기 위한 금융 정책으로 '포용 금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단순 대출 공급을 넘어 금융 소비자 보호와 경제적 자립 지원까지 포함하는 포용금융의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점검해 본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속에 중장년층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 폐업과 소득 감소 이후 장기연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현재 금융지원 제도는 ‘대출 공급’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포용적 금융 등 금융개혁 방안 시리즈’ 보고서 중 제2권인 ‘포용적 금융 실현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및 채무조정제도 분석’을 통해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보고서에는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 현황과 함께 장기연체 증가, 저신용층 지원 축소, 재연체 문제, 금융회사 채무조정 한계 등이 담겼다. 연구진은 단기 자금 지원보다 채무자의 재기와 정상 금융 복귀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금융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국회도서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2026년 3대 공동연구과제’ 가운데 하나다. 보고서는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제도, 금융 접근성, 해외 포용금융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단순 지원 확대를 넘어 '재기 가능한 금융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늘어난 빚, 더 커진 중장년 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규모는 1978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담보 능력과 신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연체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과 함께 90일 이상 장기연체 상태인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채무불이행자는 40~50대를 중심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고, 개인 사업자 부실 역시 확대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은퇴 이후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가 폐업이나 매출 감소로 빚 부담을 떠안는 중장년층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 50~60대는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으로 꼽힌다.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재기 어려운 구조
정부의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11조47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늘었지만, 연구진은 지원 효과가 실제 취약계층 재기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민금융진흥원의 저신용층 지원 비중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가장 신용도가 낮은 계층 지원 비중은 2023년 66.1%에서 2025년 49.1%로 줄었다. 지원이 늘어도 정작 가장 어려운 계층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체와 재연체 문제도 과제로 꼽혔다. 일부 정책서민금융 상품은 연체율이 30%를 넘을 정도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빌려줬는지가 아니라 지원 받은 사람이 다시 연체하지 않고 정상적인 금융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교육과 취업 연계 등 비금융 지원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채무자가 다시 경제활동 기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기연체·생활체납...‘생활형 채무’ 대응 필요
연구진은 현재 채무조정제도가 획일적 기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은 채무 원금과 가용소득 중심으로 감면율이 결정되는데, 보고서는 여기에 나이·직업·부양가족·주거 상황 등 현실적인 요소를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건강보험료나 수도·가스요금 같은 생활비 체납은 금융권 채무조정과 따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아 취약계층 부담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단순히 대출 빚만 조정할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체납 문제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도 실효성이 낮은 과제로 꼽혔다. 정부가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 사례는 많지 않았고, 금융회사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금융회사가 연체가 길어지기 전에 먼저 채무 관리에 나서고, 일률적으로 빚을 깎아주는 방식보다 채무자의 나이·소득·가족 상황 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빚 부담만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정상적인 경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금융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