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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래의 세대읽기] 젊은 세대가 반려돌을 키우는 이유

입력 2026-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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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마음을 달래는 감각적인 웰니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수정, 워리스톤, 반려돌에서 수석까지

가수 태양은 유튜브 예능 ‘장도연의 살롱드립’에서 신보 ‘퀸테센스’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테디 형이 자수정, 크리스털을 모으시거든요? 그런데 그 크리스털을 닦는 용액이 ‘퀸테센스’였다. 너무 좋은 이름이었다”고 말했다. ‘정수(淨水)’라는 뜻을 지닌 단어는 크리스털 세정 용액의 이름으로 쓰였고, 그것이 다시 앨범명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사소한 일화처럼 들리지만, 이 장면은 요즘의 ‘돌’이 어디까지 확장됐는지 보여준다. 자수정과 크리스털은 더 이상 장식장 안에 놓인 수집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손에 쥐고 불안을 다스리는 ‘워리스톤’이고, 누군가에게는 이름을 붙여 책상 위에 두는 반려돌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색과 결, 의미까지 고르는 취향의 물건이다.

(유튜브 '장도연의 살롱드립' 갈무리.)
(유튜브 '장도연의 살롱드립' 갈무리.)

돌 유행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원석과 크리스털이다. 자수정, 수정, 로즈쿼츠처럼 색과 결이 뚜렷한 원석은 장식품이자 취향을 드러내는 사물로 소비된다. 책상 위에 올려두거나, 작은 파우치에 넣어 다니거나, 악세서리 또는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애호가들은 원석과 크리스털은 색과 형태, 의미를 통해 자기 취향과 기분을 표현한다. 특정 원석이 불안을 치료한다거나, 크리스털이 마음을 정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고, 차갑고 매끄러운 표면을 만지고, 책상 위에 작은 돌 하나를 놓아두는 행위가 일상 속 작은 의식처럼 작동한다. 젊은 세대는 그 작은 의식을 통해 자신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거창한 치유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물건을 통해 오늘의 기분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돌을 가족처럼, ‘반려돌’과 ‘프로젝트 헤일메리’

돌과 관련한 독특한 유행이 또 하나 있다. 반려돌이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처럼 돌에 이름을 붙이고, 옷을 입히거나 장식한다. 작은 집도 만들어주고 여행에 데려간다. 돌은 먹이를 달라고 하지 않고, 병원에 데려갈 일도 없다. 시들거나 떠날 걱정도 적다. 그래서 반려돌은 관계의 부담은 줄이고, 정서적 의지처의 느낌은 남긴 사물로 받아들여진다.

젊은 세대가 돌을 ‘입양’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흥미롭다. 입양이라는 말은 돌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실제 생명체와 같은 책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점이 젊은 세대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돌볼 여유는 없지만, 아무것도 마음 둘 곳 없이 살고 싶지는 않은 감각. 반려돌은 그 틈에 놓인다. 돌은 말이 없고, 요구하지 않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무심함이 오히려 안정감이 된다.

흥미롭게도 돌을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상상력은 SF에서도 발견된다. 앤디 위어의 소설을 영화화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외계 생명체 ‘로키’는 이름부터 돌을 떠올리게 한다. 보는 이들은 낯선 광물 같은 존재를 대화하고 협력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반려돌 문화 역시 비슷한 감각을 품고 있다. 생명체가 아니거나 생명체처럼 보이지 않는 대상에게도 이름을 붙이고, 성격을 상상하고,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손끝으로 불안을 다루는 워리스톤

반려돌이 관계의 형식을 빌린 돌이라면, 워리스톤은 촉각에 가까운 돌이다. 워리스톤은 손에 쥐고 엄지로 표면을 문지르는 작은 돌이다. 젊은세대는 매끄러운 표면을 반복해서 만지는 행위가 긴장을 낮추고, 흩어진 생각을 현재로 돌려놓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긴다. 워리스톤의 인기는 돌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지점토로 나만의 워리스톤을 만드는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이 흐름은 키캡 키링, 슬라임, 스트레스볼 같은 촉각형 스트레스 완화 아이템과도 이어진다. 키캡 키링은 손끝으로 딸깍거리는 감각을 준다. 슬라임은 늘이고 접고 누르는 과정에서 촉각적 몰입을 만든다. 스트레스볼은 손안에서 힘을 주고 빼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게 한다. 워리스톤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현대사회의 스트레스 요인은 대개 거대하고 복합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주거비, 끊이지 않는 비교, 과잉 연결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마음을 완전히 쉬게 하기는 어렵다. 그런 현실에서 손에 잡히는 작은 물건은 일종의 ‘정지 버튼’처럼 작동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계속 넘기는 대신 슬라임을 만지고, 불안한 생각을 붙잡는 대신 돌 표면을 문지른다. 이 감각이 사람을 빠르게 현실세계로 데려온다.

(유영현 씨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art_d_yu))
(유영현 씨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art_d_yu))

변하지 않는 돌이 주는 위로

이 흐름은 시니어 세대에게 아주 낯선 장면만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동아시아 문화에는 돌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수석 문화가 있었다. 산과 물의 형상을 닮은 돌, 세월의 결이 느껴지는 돌, 자연을 품은 듯한 돌을 보며 사람들은 마음의 여백을 얻었다. 좋은 수석 한 점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을 감상하는 취미였다.

좋은 돌을 향한 관심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유영현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 폐광산 일대를 탐사하고 수정과 광물을 기록한다. 2022년부터 이어온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art_d_yu)에서는 수정‧루비‧공작석‧형석 등 그가 수백 점의 원석을 발견한 순간을 엿볼 수 있다. 그에게 돌 수집은 값비싼 보석을 모으는 일이 아니다. 땅속에서 오랜 시간 만들어진 결을 직접 찾아내고, 손으로 만지고,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취미다. 이러한 그의 취미에 국내 애호가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댓글을 달고 소통한다.

지금의 돌 유행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결국 이 흐름들은 한 지점에서 만난다. 돌을 그냥 돌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돌에서 색과 의미를 고르고, 누군가는 돌에 이름을 붙인다. 누군가는 돌을 문지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누군가는 돌의 결에서 오랜 시간을 읽는다.

돌은 변하지 않는다. 쉽게 망가지지도 않고, 재촉하지도 않으며,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 묵묵함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예전에는 자연을 곁에 두기 위해 돌을 가까이했다면, 지금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돌을 만진다.

시니어가 이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별걸 다 키운다”, “돌 가지고 유난이다”라고 쉽게 말하기 전에, 그 돌을 왜 소중하게 여기는지 물어보면 된다. 젊은 세대에게 반려돌과 워리스톤은 장난감이 아니라 작은 자기조절 장치일 수 있다. 수석을 아끼던 마음과 반려돌을 쓰다듬는 마음 사이에는 의외로 가까운 길이 있다. 돌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대는 서로의 불안을 조금 더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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