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전·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 충분히 해야 후유증 예방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봄꽃도 보고 운동도 할 겸 등산 계획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꾸준히 운동해온 사람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거나 비만한 사람이 무리해서 등산하면 무릎연골이 물러지는 병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뼈와 근육이 약한 중장년 여성의 경우 산행에 앞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릎을 굽혔다 펼 때 통증이 오면 이미 연골연화증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무릎 보호대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낭은 체중의 10% 정도로 가볍게 하고, 산에서 내려올 때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내려와야 무릎에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컹해진 연골,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
등산은 자연을 즐기며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자칫 무리하면 부상을 당하거나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등산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부위는 무릎이고, 그중에서도 슬개골 연골연화증이 흔하다. 슬개골은 무릎을 덮고 있는 삼각 접시 모양의 뼈다. 무릎이 굽혀지고 펴질 때 슬개골과 대퇴골(넓적다리뼈)이 마찰하게 되는데, 반복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 슬개골 연골이 자극돼 말랑해지고 붓게 된다. 등산할 때 경사로를 오르내리면서 무릎을 굽혔다 펴는 움직임이 잦아 슬개골 연골연화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쪼그린 자세로 집안일을 해왔고 폐경 이후 뼈와 근육이 약해진 40~50대 여성은 연골연화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과체중으로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가거나 자신의 체력을 넘겨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등산을 다녀온 후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연골연화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기 힘들고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오기가 더 힘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강한 무릎 연골은 매끈하고 딱딱해서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디고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연골연화증이 시작된 연골은 똑같은 강도로 활동해도 빨리 닳게 된다. 연골연화증을 방치하면 연골이 닳아 뼈끼리 부딪쳐 통증을 유발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흔히 60~70대에 나타나는데 연골연화증 환자는 50대부터 시작될 수 있다.
날개병원 송병욱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연골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없어 일단 손상되기 시작하면 나아지지 않고 손상 범위가 점점 커지게 된다”며 “연골연화증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무릎에 이상이 느껴지면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연골연화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걷기·자전거타기·수영 등으로 무릎 주위 근육을 강화해주는 것이 좋다. 허벅지 근력이 강하면 무릎 관절을 꽉 잡아줘 연골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든다. 체중 조절도 중요하다. 몸무게가 1kg 증가할 때마다 무릎에는 3~5배의 하중이 걸리기 때문에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산은 체중 조절과 무릎 관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미 연골연화증이 진행된 사람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무릎 보호대는 등산 당일만 착용, 등산 전·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 충분히
무릎이 약한 상태에서 봄철 산행을 간다면 무릎 보호대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무릎보호대는 관절을 잡아줘 안정성을 높여주고 넘어지거나 접질리면서 생길 수 있는 인대 부상과 연골 손상을 막는 데 도움 된다. 장기간 착용하면 무릎 관절 주위 근력이 약해질 수 있어 등산 당일에만 착용하는 것이 좋다. 배낭이 무거우면 무릎에 실리는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배낭 무게는 체중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체 산행시간은 2~3시간 정도가 적당하고 하산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시간에 쫓겨 격하게 내려오면 무릎을 다칠 위험이 크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므로 하산 길이 더 완만하도록 등산코스를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병욱 원장은 “등산 전후에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충분히 해야 부상이나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며 “산에 다녀온 후 무릎이 아프면 쉬면서 온찜질을 해주고 그래도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슬개골 연골연화증 초기에는 약물치료를 동반한 물리치료나 운동치료로도 호전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관절 내시경으로 손상된 연골을 다듬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연골을 재생하는 지방 줄기세포치료와 PRP 치료도 많이 하는 추세다.
<도움말: 날개병원 송병욱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