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시선] 기술 대신 물성으로, 시니어도 공감하는 메시지
2002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다. 이 거대한 판타지 세계를 무대 위로 옮긴 음악극은 기술에 기대기보다 인간의 손과 몸,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 안에는 원작을 향한 분명한 존경과 헌사가 담겼다.
◇공연 소개(CJ ENM)일정 3월 22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존 케어드
출연 •치히로 : 카미시라이시 모네, 카와에이 리나 •하쿠 : 다이고 코타로, 마시코 아츠키, 아쿠츠 니치카 •유바바&제니바 : 나츠키 마리, 하노 아키, 타카하시 히토미 등
러닝타임 18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료 OP석 & R석 19만 원, S석 16만 원, A석 13만 원, B석 9만 원
◇관람 포인트•애니메이션의 감동 실사화
•기술 대신 물성으로 완성한 무대 미학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이끄는 ‘음악극’의 정서
•시니어도 공감하는 메시지, ‘이름’과 ‘나’에 대한 이야기

◇REVIEW
애니메이션의 환상적인 세계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어떨까. 음악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고스란히 무대예술의 언어로 구현해냈다.
이 작품은 2022년 일본 공연 제작사 토호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도쿄에서 초연됐으며, 연출은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존 케어드가 맡았다. 일본과 런던, 상하이를 거쳐 한국에 도착한 오리지널 투어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작품은 스스로를 ‘뮤지컬’이 아닌 ‘음악극’으로 정의한다. 노래가 서사를 이끄는 대신,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배경처럼 흐르며 장면의 정서를 조용히 받쳐준다.
이야기는 우연히 신들의 세계에 발을 들인 열 살 소녀 치히로가 돼지로 변한 부모를 되찾기 위해 온천장에서 일하며 겪는 여정을 그린다. 치히로만이 유일한 인간인 가운데 요괴와 마녀, 용 등이 등장한다. 기이하고 낯설 수밖에 없는 설정이지만, 작품은 이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이 장면까지 재현할까’ 싶었던 순간들 모두 빠짐없이 구현했다. 이는 연출진과 배우들의 치밀한 준비와 장인정신 덕분에 가능했다. 배우들은 발성부터 몸짓까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연기를 펼치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만화적 상상력은 퍼펫(인형)을 통해 형상화했다. 용이 된 하쿠, 여섯 개의 팔을 지닌 가마 할아범, 숯을 나르는 숯검댕이들까지, 이 모든 존재는 퍼페티어(인형을 움직이는 사람)의 손과 몸으로 움직인다. 특히 가오나시의 표현은 압도적이다. 무엇이든 집어삼키며 점점 몸집이 커지는 가오나시는 최대 12명의 배우가 동시에 움직이며 구현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만연한 시대에, 이처럼 물성과 장인정신에 기반한 연극은 오히려 신선하다. 연출진과 배우들의 태도에서 원작을 깊이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지며, 그 진정성은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건드린다.
애니메이션 원작이지만, 이 작품은 시니어 관객 또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지점이 있다. 특히 가마 할아범의 노래는 인상적이다. 그는 늙어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낸다. 이는 시니어 세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건넨다.
무엇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그 핵심은 ‘이름’이다. 치히로는 신들의 세계에서 센으로 불리지만, 지난한 여정 끝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다.
결국 이 작품은 ‘나’를 잃지 말라고 말한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행방불명되지 않도록 중심을 지키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유바바·제니바 원조 등장 ‘싱크로율 100%’
작품만큼이나 관객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배우의 캐스팅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은 유바바·제니바 역의 나츠키 마리다. 그는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두 캐릭터의 목소리 성우로 참여했던 배우로, 20여 년 만에 무대에서 같은 역할을 소화한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나츠키 마리는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는 “무대에서 같은 대사를 몸으로 이야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초연에서는 영화에 가까운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월드 투어를 진행하면서 유바바와 제니바를 점점 더 무대에 어울리는 인물로 발전시켜왔다”고 설명했다.
나츠키 마리는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바탕으로 무대 위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공연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