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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만든 우리의 집

입력 2026-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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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탐방]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Come Back Home)’, 집의 의미를 사진으로 탐구하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 전시장 내부(브라보 마이 라이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 전시장 내부(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진으로 만나는 시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이미지들이 낯선 질문으로 돌아온다. 사진은 더 이상 특별한 행위는 아니다. 우리는 매일 손에 쥔 휴대폰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삶의 일부를 이미지로 남긴다. 과거에는 사진 찍는 일이 ‘이벤트’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는 일상이 됐다. 그만큼 사진은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표현 방식이자, 스스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렇게 일상이 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무엇을 찍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우는지에 따라 각자의 시선과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 오늘날 사진을 본다는 것은 이미지를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감각과 태도를 읽어내는 일에 가깝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만나는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2025년 5월 29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우리나라 공립미술관 가운데 최초로 사진 매체에 특화된 공간이다. 사진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을 넘어선 이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Come Back Home)’이 새롭게 출발한다. 5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전시는 ‘집(House)’을 물리적 거주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기억과 시간이 축적된 삶의 자리로서 ‘집(Home)’의 의미를 확장해 보여준다.

전시는 한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총 23명이 참여해 ‘집을 이루는 것’, ‘이동하는 집’, ‘길 위에서’, ‘우리의 집’이라는 네 개의 흐름으로 구성했다. 관람객은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각 작가의 방을 차례로 방문하듯 이동하며,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서 형성된 ‘집’의 의미를 천천히 새겨볼 수 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서울의 풍경을 기록한 시선과 젊은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한 ‘집’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지만, 그중 일부만이 오래 남는다. 이 전시는 그 남겨진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순간에 머물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집’처럼 느끼는지 조용히 되묻는다. 전시를 따라 걸으며 각자에게 ‘집’은 무엇인지 천천히 떠올려보기를 권한다.

주요 작품

▲한영수, ‘서울’, 1956~1963, 디지털 아카이벌 프린트 (@한영수문화재단 )
▲한영수, ‘서울’, 1956~1963, 디지털 아카이벌 프린트 (@한영수문화재단 )

'집을 이루는 것'

한영수, ‘서울’, 1956~1963, 디지털 아카이벌 프린트 @한영수문화재단

한영수는 전후 서울의 일상을 기록해온 작가로, 1950~60년대 거리와 골목, 시장과 한강의 풍경을 담아냈다. 그의 사진 속 ‘집’은 건물 안이 아니라, 동네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확장된다. 전쟁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온기를 통해 집이 공동체 속에서 형성되는 공간임을 볼 수 있다.

▲기슬기, ‘우리가 가장 예뻤을 때’, 2023, 디지털 합성 사진(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슬기, ‘우리가 가장 예뻤을 때’, 2023, 디지털 합성 사진(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동하는 집'

기슬기, ‘우리가 가장 예뻤을 때’, 2023, 디지털 합성 사진

집은 하나의 장소에 고정되지 않고 기억과 언어,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기슬기는 사라진 시간과 존재를 호출하며 기억 속에서 이어지는 ‘집’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일본에 소개한 이바라키 노리코를 한 공간에 불러내, 물리적 공간이 위협받던 순간에도 기억과 언어가 정체성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나와 펠릭스,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2016~2026(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나와 펠릭스,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2016~2026(브라보 마이 라이프)

'길 위에서'

나나와 펠릭스,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2016~2026

이 작업은 고정된 공간으로서의 ‘집’을 벗어나, 우리가 머무는 장소의 의미를 묻는다. 나나와 펠릭스는 도시의 밤을 기록한 스냅사진과 버려진 액자를 결합해, 길 위의 시간을 하나의 풍경으로 구성한다. 개인적 상실과 불안에서 출발한 이 기록은 정착되지 못한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독특한 제목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경제적 위기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다.

▲이예은, ‘실내온도 높이기’, 2021, 디지털 프린트, 작가 소장(@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예은, ‘실내온도 높이기’, 2021, 디지털 프린트, 작가 소장(@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우리의 집'

이예은, ‘실내온도 높이기’, 2021, 디지털 프린트, 작가 소장

이예은은 노동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사진으로 풀어낸다. 비현실적이고 다소 무모해 보이는 장면은 오히려 현실을 견디는 몸의 의지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집’은 안온한 공간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며 존재를 지켜내는 삶의 자리다.

▲사진집(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진집(브라보 마이 라이프)

포토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

미술관 로비에서는 ‘사진으로 지은 집’을 주제로 한 이신애, 이지안 작가의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집에 대한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Photo Book)도 함께 있어, 관람객이 각자의 기억 속 ‘집’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경(브라보 마이 라이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경(브라보 마이 라이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경

미술관 외관은 카메라의 조리개가 열리고 닫히는 형태에서 착안한 곡선 구조로, 직선이 층층이 쌓인 형태를 띤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색감은 빛과 시간을 포착하는 사진의 원리를 건축적으로 드러낸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컴백홈’ 전시 정보

기간 6월 14일까지

관람 시간 평일(화~금) 10:00~20:00, 토·일·공휴일 (하절기 3~10월 10:00~19:00 / 동절기 11~12월 10:00~18:00)

장소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관람 요금 무료

전시 해설 화~일요일 11시, 13시, 15시 운영(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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