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옵션·ETF·해외 투자 확대 속 연금 자산 구조 변화

퇴직연금이 자산운용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빌딩에서 열린 강연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공식 통계 기준으로는 시차가 있지만, 2025년 말 기준 5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금 자산의 위상을 강조했다.
자산운용 시장 전체 규모가 2194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퇴직연금은 더 이상 주변부 자금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 거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적극적으로 운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잠자고 있는 퇴직연금'이라고 말하며 자산 규모 확대와 운용 구조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 실장은 퇴직연금과 관련해 디폴트 옵션 제도를 언급했다. 현재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은 원리금보장형 100% 상품도 초저위험 군으로 분류돼 있으며 유형 군별로 복수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가입자가 별도의 판단 없이 기본 설정에 머무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TF 비중 확대도 퇴직연금 운용 환경 변화를 상징하는 요소로 꼽혔다. 공모펀드 시장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말 기준 약 46%까지 확대됐다. 저보수와 투명성을 앞세운 ETF가 연금 자산 운용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특성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해외 투자 비중 증가 역시 연금 자산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금저축과 연금 계좌를 통한 해외 투자 확대는 이미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남 실장은 연금 자산이 장기간 묶이는 특성을 가진 만큼, 해외로 이동한 연금 자금은 상당 기간 국내로 복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특징도 함께 짚었다.
그는 2026년을 연금 구조 변화의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제도와 상품 구성은 ETF 확대, 해외 투자 증가 등 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가입자 인식은 아직 그 흐름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 실장은 "지난해 자산운용 시장이 회복 흐름을 보인 가운데, 2026년에는 주요 정책과 제도 변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며 퇴직연금 역시 자산운용 시장의 주요 변수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