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노인일자리 실질임금 하락 지적… “노동의 값 다시 계산해야”

대한은퇴자협회(대한은퇴자협회·KARP)가 현행 공익형 노인일자리 수당이 22년 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협회는 월 29만 원에 머물러 있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수당을 비현실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중간모델 노인일자리’ 도입을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지난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명룡 대표는 노인일자리가 처음 도입된 2004년과 현재를 비교한 수치를 제시하며 “정책이 전진하기는커녕 실질적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협회에 따르면 2004년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월 30시간 근무에 월 20만 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는데, 이는 당시 최저임금(시간당 2840원)의 2.3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2년이 지난 현재 공익형 노인일자리 활동비는 월 29만 원으로, 명목상 9만 원 인상에 그쳤다. 주 대표는 “2004년 당시의 임금 비율을 현재 최저임금에 그대로 적용하면 월 72만7560원이 돼야 한다”며 “지금의 29만 원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연평균 물가상승률 3%를 적용하면 2004년의 20만 원은 현재 가치로 약 38만4000원에 해당하고, 한국은행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으로 계산해도 2025년 말 기준 32만8000원 수준이 돼야 한다. 협회는 “현행 수당은 물가상승분조차 반영하지 못한 명백한 실질임금 후퇴”라고 밝혔다.
협회는 정부가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제도 내부의 구조적 모순도 문제 삼았다. 현재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월 29만 원을 지급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능력활용형 노인일자리는 4대 보험을 포함해 월 76만 원이 지급된다. 두 유형 간 임금 격차는 2.62배에 달한다. 주 대표는 “정부 스스로 노년층 노동의 가치가 76만 원 수준이라는 판단을 해놓고, 왜 다수의 공익형 참여자에게는 29만 원을 지급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익형 일자리는 기초연금 수급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생활 여건은 능력활용형 참여자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협회는 월 35~40시간 근무에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중간모델 노인일자리’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현행 29만 원 공익형과 76만 원 능력활용형 사이의 괴리를 완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현실적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협회는 최근 발표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은 주 평균 3.7일, 하루 평균 3.6시간 근무하며 월 평균 59만8000원 수준의 소득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은퇴자협회는 노인일자리를 청년 일자리와 경쟁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협회 측은 “노년층 일자리는 청년의 자리를 빼앗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자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며 세대 갈등 구도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를 일자리라고 부를 것이라면 국가가 그 값부터 정직하게 계산해야 한다”며 “22년 동안 미뤄온 국가적 숙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이번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