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 ‘고급여-저부담’ 취약 구조, 한국형 자동조정 논의 급부상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에서 9.5%로 오르면서 제도 지속가능성 논의가 새 흐름을 맞고 있다. 정부는 2033년까지 보험료율을 13%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지만 인구·재정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보험료율 인상만으로는 장기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연금포럼 2025 겨울호'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집중 제기됐다. 성균관대학교 이항석 교수는 해당 호의 보고서인 '국민연금 장기 재정의 구조적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통해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이 직면한 '고급여-저부담' 구조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핵심 대안으로 '자동조정장치(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 AAM)' 도입을 강조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와 경제 지표가 변할 때 보험료율이나 연금 급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로, 정치적 개입이나 사회적 타협 지연으로 개혁이 미뤄져도 제도가 먼저 반응해 재정 악화를 막는 기능을 한다. 이를 "재정 압박에 대한 사전 정의된 자동 대응"이라고 설명한다.
보고서는 자동조정장치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번 째는 기대수명으로 나눠 급여를 자동 조정하는 '가상 확정 기여 방식(NDC)'이다. 개인이 낸 누적 기여금을 기대수명으로 나눠 연금 급여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급여 수준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스웨덴과 이탈리아 등이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두번 째는 일본 등이 채택한 모델로 인구·경제 지표 전반을 반영해 급여를 조정하는 '거시경제 지수화 방식'이다. 물가에 따라 연금을 올릴 때나 과거 소득을 현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할 때도 경제·인구 변화가 함께 반영돼 장기 추세에 맞춰 조정하는 구조다.
세번 째는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법정 은퇴 연령도 함께 올리는 '법정 연령 은퇴 조정' 방식이다. 오래 사는 만큼 일을 하는 기간도 조금씩 늘려서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구조다. 캐나다와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채택한 방식으로 재정 안정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육체노동을 하는 직종처럼 은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처럼 자동조정장치 제도는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어 한국의 인구 구조와 노동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설계가 필요하다. 단일 국가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국형 자동조정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9.5% 보험료율 인상은 연금 개혁의 출발선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낮은 출산율과 늘어나는 기대수명은 변화 속에서 보험료를 조금 올리는 것만으로는 재정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동조정장치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장치는 상황이 한 번 나빠질 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점진적으로 조정해 수급자에게 충격을 덜 주는 장점이 있다. 제도가 환경 변화에 맞춰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