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문가 12명이 말하는 노화·돌봄·죽음의 현실 다룬 신간, ‘노인과 마주하는 삶’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후기고령기에 진입한 일본에서 노년의 삶을 다룬 신간이 출간됐다. 출판사 ‘저널리스트의 혼’이 발간한 신간, ‘초고령사회의 전문가 12인에게 들은 노인과 마주하는 삶’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일상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노화와 죽음이 공론화되지 않는 현실을 문제 삼으며 출발한 책이다.
부모 부양, 정년, 종활(죽음 준비) 등의 논의는 파편화 된 상태로, 70대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논의는 부족하다는 인식이에서 이 책은 시작됐다. 저자들은 노년을 ‘대비해야 할 미래’나 ‘회피해야 할 불안’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의 삶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이 책은 일본경제신문 기자 출신의 저널리스트 아이카와 히로유키와 방송인 마치 아세이가 공동 집필했다. 두 사람은 인터넷 프로그램 ‘날아라! 핫한 중장년(도베! 핫토 에이지)’를 통해 수년간 진행해온 인터뷰를 토대로, 초고령사회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12명의 전문가 목소리를 한 권에 담았다.
참여자는 평론가 히구치 게이코,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 IT 전문가 와카미야 마사코,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장 이이지마 가쓰야, 사회복지사 후지타 다카노리, 완화의료 전문의 야마자키 아키로 등이다. 이들은 노년의 쇠약, 돌봄 제도, 의료와 주거, 법과 빈곤 문제까지 고령기 삶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각자의 현장에서 풀어낸다.
책의 특징은 노년을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단계적 과정으로 나눈 데 있다. 65~74세, 75~84세, 85세 이후로 이어지는 삶의 국면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장례나 사후 정리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묻는 구성이다.
저자 아이카와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집필 과정에서 겪은 인식 변화를 고백했다. 그는 “현역 시절에는 정년 이후의 삶이 막연히 두려웠지만, 실제로 고령기를 살아보니 오히려 일상이 차분해지고 삶을 즐길 여유가 생겼다”며, “부모 돌봄을 거친 뒤에는 노화와 죽음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종활 담론이 ‘죽음 이후의 정리’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정년 이후 곧바로 장례와 묘지, 유언 이야기로 넘어가기보다, 75세와 85세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책이 죽음 준비 안내서가 아니라 ‘노년의 시간’을 다루는 책으로 기획된 배경이기도 하다.
책 속의 전문가들도 노년을 둘러싼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건강하게 살다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이상적 노년’이라는 이미지, 성년후견제도의 한계, 고령자 주거 부족, 재택의료와 지역사회 돌봄의 현실 등은 고령기에 접어들면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제시된다. 책은 제도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기보다, 노년을 살아가는 개인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함께 묻는다.
출판사는 이 책을 노화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소개한다. 출판사 측은 “어디서부터 노년을 고민해야 할지 막막한 독자에게, 노화·돌봄·의료·법·생활 전반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