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유병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 도움말

수년 전 한 원로배우가 심부전 투병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심부전은 흔히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질환으로, 심장 기능이 저하돼 신체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나이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지만, 노화로 인한 피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심부전에 관한 궁금증을 유병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대한심부전학회 이사장)와 함께 풀어봤다.
대한심부전학회가 공개한 ‘심부전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증가했으며, 환자 수는 약 175만 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심부전 발생률은 1.56배, 사망률은 6배 이상 늘었다. 유병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로 심부전 위험 연령대 인구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심근경색·고혈압 등 심장질환 환자들이 치료 발전으로 오래 생존하면서, 시간이 지나 심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고혈압·당뇨·비만 등 동반 질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Q. 노년층에서 심부전 위험이 커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심장은 근육이자 펌프입니다. 나이 들수록 심장근육과 혈관이 굳고 딱딱해지면서 기능이 자연스럽게 약해집니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심근 섬유화와 동맥경화라고 합니다. 여기에 수십 년간 쌓인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흡연, 비만 같은 요인이 심장에 부담을 더하면서 심부전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노년층은 심방세동, 만성 콩팥병, 빈혈, 폐질환 등 여러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이런 요소들이 겹치면 심부전 위험은 더 커집니다.
Q. 겨울 추위가 심장 건강에 어떤 위험을 주나요?
A. 겨울은 모든 심장질환이 악화되거나 증상이 드러나기 쉬운 계절입니다.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가, 심장은 더 세게 뛰어야 합니다. 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 심장 부담이 커집니다. 여기에 독감, 폐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유행이 겹치면 심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심부전 악화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추위에 노출을 피하고, 실내 온도를 18~20℃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초기 증상은 무엇이며, 노화로 인한 피로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심부전의 대표 증상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숨이 차는 증상입니다. 평소 하던 활동이 힘들어지고 쉬면 호전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누우면 숨이 차거나 밤·새벽에 호흡곤란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째, 체액 정체로 인한 부종입니다. 발등이나 발목, 종아리가 붓고, 심한 경우 며칠 사이 체중이 갑자기 늘기도 합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전신부종이나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전신 증상입니다. 심장 기능 저하로 피로감, 기운 없음,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은 숨이 차거나 붓는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최근에 생겼는지, 수주나 수개월 사이 악화됐는지, 숨참과 함께 부기나 체중 증가가 동반되는지 살펴보세요. 이런 변화가 있다면 심장 기능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시니어는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고혈압·당뇨·부정맥 등 기저질환은 모두 심부전의 ‘씨앗’이자 ‘가속 페달’입니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져 기능이 떨어집니다. 당뇨병과 고지혈증은 동맥경화를 촉진해 허혈성 심질환 위험을 높이고, 결국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장의 펌프 효율이 떨어지고 뇌졸중 위험도 커집니다. 만성 콩팥병은 수분과 염분 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심부전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저질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심부전 관리의 핵심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Q. 심부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치료의 가장 기본은 표준 약물 치료입니다.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적절히 조합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망률과 입원율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삽입형 제세동기나 양심실 조율기 같은 기구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판막 질환 등 원인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약물과 기구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말기 심부전 단계에서는 인공심장이나 심장이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표준 치료를 통해 말기 단계까지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Q. 심부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예방접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예방접종은 심부전 자체를 완전히 막아주는 백신은 아니지만, 심부전의 악화를 줄여주는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권고되는 것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입니다. 독감은 고열과 염증, 저산소 상태를 유발해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어 매년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폐렴구균 백신도 중요합니다. 폐렴은 심부전 악화의 대표적인 촉발 요인으로, 고령이거나 심부전이 있는 경우 일정한 간격으로 접종을 권장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심부전을 예방한다기보다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시부전 악화와 중증·사망을 줄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외에도 대상포진 백신이나 RSV 백신 등은 개인의 연령과 기저질환에 따라 고려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담당의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말이 맞나요?
A. 심부전은 치료 한 번으로 깨끗이 낫는 병이라기보다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에 가깝습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중단하면 악화되거나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체중 변화, 부기, 숨찬 증상을 스스로 살피는 자가 관리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평생 관리는 잘만 관리하면 오래, 비교적 안정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Q. 노년층 심부전 환자가 실천해야 하는 식습관·생활 수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하루하루의 관리가 재입원과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치료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표준 약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입니다. 심부전 치료 약물은 재입원과 사망 위험을 줄이는 치료이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해진 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습관은 짜지 않게, 균형 잡힌 식사가 기본입니다.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적절한 수분 섭취는 필요하지만, 부종이나 체중 증가가 나타날 경우에는 담당의와 상의해 수분이나 이뇨제, 식이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와 폭음은 피해야 하며, 흡연은 금물입니다.
생활 수칙으로는 체중·부종·숨찬 정도를 매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1kg, 3-4일 내 2kg 이상 늘거나 부종, 호흡곤란이 동반되면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운동은 숨이 턱까지 차지 않고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걷기나 실내 자전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