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오센스 보고서… 유언장 작성 기피, ‘건강하다’ ‘재산 적다’가 주된 이유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선배 국가’지만, 유언장의 필요성 인식이나 실제 작성률에서는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전히 유언장을 ‘부자만 쓰는 문서’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 그러나 최근 일본 내 소규모 자산가구에서도 상속 갈등이 잦아지면서 유언장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센스 법률사무소가 발표한 ‘유언장 보고서 2025’ 역시 일본 고령층의 이러한 인식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응답자의 63.3%가 유언장에 대해 ‘전향적 의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50대에서는 70%가 넘는 이들이 유언장의 기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해, 유언장을 삶의 후반기를 준비하는 하나의 ‘도구’로 바라보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앞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3%, 이미 공정증서 또는 자필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은 합계 3.6%에 그쳤다. 작성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된 것이다.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는 이유로는 “아직 건강해서 필요 없다”는 답변과 함께 “우리 집은 돈이 없어서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관념이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자산가구라고 해도 상속 분쟁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10만 엔(한화 약 100만 원) 단위의 금액 차이만으로도 형제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기대했던 자산 종류와 실제 상속되는 자산이 다를 경우 불만이 크게 높아진다는 응답을 제시했다. 금액보다 ‘기대와 현실의 불일치’가 갈등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한 “자산이 많지 않아도 싸움이 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형제·친척 간 유대가 약해지고 단독세대·부부세대가 늘어나는 일본의 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부모 사망 후 남은 자산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 특유의 가족 구조 역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부모가 90세 가까이 살면서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자식 세대 또한 60~70대에 접어들어 노후 자산이 필요한 시기와 상속 시기가 겹치며 갈등 요인이 확대되는 것이다.
유언장 작성 절차 역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10월부터 온라인 공정증서 유언장 작성 방식을 도입했다. 공증인과의 대면 절차를 웹 미팅으로 진행할 수 있어, 고령자나 원거리 거주자, 또는 신체적 이유로 공증사무소 방문이 어려운 이들도 보다 접근하기 쉬워졌다. 전자서명을 통한 본인 확인, 전자 데이터 보관 등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사회의 유언장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언장을 둘러싼 다양한 고민은 한국도 비슷하다. 1인 고령가구 증가, 저출산, 가족 구조 변화, 노후 자산 관리의 복잡화 등은 이미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치매 머니’ 문제, 고령자의 금융 판단 능력 약화, 노노갈등 사례 등이 증가한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의 통계와 사례는 향후 국내 시니어 자산관리 시장과 정책 설계에 직접적인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오센스 리포트는 “유언장은 부자만의 일이 아니라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라고 지적하며, 고령사회에서 개인의 자산과 마지막 의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