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고혈압·협심증의 공통 뿌리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세계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심혈관질환 환자가 늘어난다. 심근경색·고혈압·협심증 등의 공통 뿌리가 바로 ‘죽상동맥경화증’이다. 혈관 속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특히 중장년층 이후에는 혈관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죽상동맥경화증에 관한 궁금증을 김민식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과장과 함께 풀어봤다.
죽상동맥경화증은 의학적으로 죽상경화증이라고 한다. 혈관 내피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혈관벽에 지방이 침착돼 형성되는 죽상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어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고령층에서 환자가 많은 이유는 혈관 노화와 지질대사 변화 때문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2024 팩트시트’에 따르면,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남성은 30~50대에 높게 유지되다 감소하고, 여성은 60세까지 꾸준히 상승한다. 그 영향이 누적돼 60대 이상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상지질혈증을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노인층은 이상지질혈증과 죽상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동시에 높다.
Q. 죽상동맥경화증은 고지혈증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고지혈증은 죽상동맥경화증의 발생에 매우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의학적으로는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합니다. 이는 혈액 속 지방 성분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즉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정상보다 높거나, HDL(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을 때를 뜻합니다.
총콜레스테롤은 HDL, LDL, 중성지방으로 구성됩니다. LDL 160㎎/dL 이상이거나, 중성지방 200㎎/dL 이상, 또는 HDL 40~50㎎/dL 이하라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합니다.
Q. 주요 원인과 증상은 무엇인가요?
A. 여러 연구에서 LDL이 죽상동맥경화증의 핵심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LDL 수치가 높지 않아도 혈관 손상이 잘 생기므로, 100㎎/dL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고합니다. 흡연,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가족력, 만성 염증, 스트레스 등도 위험 요인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리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걸을 때 통증(파행)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Q. 어떤 검사로 질환을 확인하나요?
A. 기본적인 검사는 혈액검사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 이상지질혈증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밀검사는 경동맥 초음파(혈관벽 두께·죽상반 확인), 관상동맥 석회화 CT(심장 혈관 석회화 정도 평가), 발목-위팔지수(ABI) 검사(하지 혈류 확인)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AI 기반 알고리즘도 개발됐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진료 지침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현재 치료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죽상동맥경화증의 가장 큰 원인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핵심 목표는 혈중 LDL 수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치료는 크게 생활요법(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활요법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 개선이 중심입니다. 약물치료는 보통 스타틴(HMG-CoA 환원효소 억제제)을 우선 사용하고, 필요할 경우 에제티미브 등 약제를 병용합니다.
Q. 최근 치료제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2010년대 들어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환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스타틴은 LDL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목표 수치에 도달한 이후에도 여전히 잔여 심혈관 위험이 남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부 환자의 부작용과 효과 부족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이에 따라 잔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신규 기전의 치료제 개발, 그리고 비스타틴계 약물과의 병용 효과 입증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Q.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핵심은 네 가지로 식사, 운동, 금연, 절주입니다. 식사요법은 체중의 5~10% 감량을 목표로, 총지방은 하루 섭취 열량의 30% 이내, 탄수화물은 65% 이내, 당류는 10~20% 이내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트랜스·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채소·통곡물·콩·생선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주 150~300분의 유산소 활동과 주 2~3회의 근력운동을 권장합니다. 금연은 필수이며, 음주는 절제하거나 금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시금치나 비트처럼 혈관 건강에 좋은 채소는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특정 채소가 혈관 건강에 ‘특별히 좋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신선한 채소를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 자체가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튀기거나 버터·크림·치즈·소스를 많이 첨가한 채소 요리는 지방 섭취를 늘릴 수 있으므로, 재료를 최소로 가공해 자연 그대로 조리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