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꿈' 홍보부스 눈길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서툴러도 잘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응원해주니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안나 씨, 87)
”늙었다고 못할 일이 없어요. 늙었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종수 씨, 85세)


국내 최대 규모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전시회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가 2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서울일러스트페어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열리며 드로잉, 그래픽, 스토리, 모션, 메타버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참여한다.
이번 행사에는 유한회사 이랑고랑이 ‘어르신들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어르신들의 꿈’부스에서는 직접 부스에서 그림을 그리며 참여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알록달록한 도구를 손에 쥐고, 이 순간에 몰입하여 쓱쓱 그림을 그리시는 모습에서 꿈의 또 다른 이름인 '희망'과 '이상'을 보았다.
‘어르신의 꿈‘ 부스 담당자는 “이분들이 처음에는 마을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물감 한 번 제대로 못 만져본 분들이었는데, 처음 붓을 잡는 그 순간에서 가능성을 봤다”면서 “그림을 통해 삶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시는 걸 보며 ‘젊은 시절 시장에서 좌판을 깔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올해 행사에는 박안나(87) 어르신을 비롯해 중장년 이상의 참여자들이 두드러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어르신 작가들의 참여가 확연히 늘었다”며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지속적인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벽화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여정은 이제 어르신들의 이름으로 열린 전시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라고 왜 전시 못 하겠어?”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도전은, 마침내 코엑스 한복판에서 수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받는 자리로 이어졌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연령은 다양하지만, 그 마음은 같다. 표현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나누고 싶다. 서울일러스트페어는 그 마음들이 한데 모이는 장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인생의 황혼기를 창작으로 채워가는 어르신들이 있다.
27일까지 열리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V.19는 총 1000여 개의 부스로 구성되며 국내외 19개국의 작가 및 기업이 참여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