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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외국인 돌봄인력 확대하려는 일본, 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25-07-11 08:00

[이준호의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드 ⑦]

고령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이 또다시 외국인 돌봄인력 확충에 나섰다. 지난 4월부터 외국인에게도 가정방문형 개호(돌봄의 일본식 표현, 이하 돌봄으로 통일), 이른바 ‘방문돌봄’ 업무를 허용했다. 외국인 인력의 활동 범위를 기존의 시설 내 돌봄에서 재택 돌봄으로 확장한 것으로, 개호 분야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타개하려는 시도다. 그간의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이지만 여전히 개선점은 남아있어,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990년대 ‘엔조이코’와 비공식 돌봄노동

일본의 외국인 개호인력 활용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단기체류자나 흥행비자 소지자 등으로 입국한 필리핀 출신 여성을 중심으로, 유흥업소뿐 아니라 가사·간병 노동에까지 외국인 여성이 활용됐다. 이들 중 일부는 일본 남성과 결혼하거나 고령자의 집에 상주하며 실질적인 돌봄 노동을 수행했지만, 제도 밖의 노동이라는 이유로, 또는 상당수가 유흥 관련 분야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엔조이코(エンジョイ子, 엔조이(Enjoy)와 여자의 합성어)’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낙인이 찍혔다. 이 시기 외국인 여성들은 체류 불안정과 노동 착취, 젠더·인종 차별에 놓여 있었고, 이주 여성의 성착취, 위장 결혼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양산했다. 결국 이는 이후 일본 정부가 제도화된 외국인 개호노동 유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초기 제도화 진입장벽 높아 실패

2009년, 일본은 필리핀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통해 간호사 및 개호복지사 후보자의 입국을 정식 허용했다. 하지만 일본어 능력시험과 국가시험이라는 이중 장벽에 가로막혔고, 시험에 불합격할 경우 귀국해야 했기에 정착률은 극히 낮았다. 자격 취득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인력난 해소라는 당초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갔다.

2017년에는 개호복지사 자격 취득 시 체류를 허용하는 새로운 자격체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는 2년이라는 유학에 가까운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가능한 제도로, 비용과 시간이 부담됐고, 결과적으로 대규모 인력 확보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물론 부정적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제도를 통과한 외국인 돌봄 인력을 쓰고 있는 기관들 중 상당수는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인력참여 조건 간소화했지만 우려 여전

올해 4월, 일본 정부는 외국인 인력의 활용 범위를 다시 넓히는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제도는 그동안 내국인에만 한정됐던 방문돌봄 업무 범위를, 외국인 특정기능1호 자격자와 기능실습생 모두에게 처음으로 확대 허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특정기능1호(特定技能1号) 자격자는 4월 21일부터, 기능실습생(技能実習生)은 4월 1일부터 방문돌봄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참여 조건은 ‘개호직원 초임자연수’ 수료와 1년 이상의 실무 경험, 이용자 및 가족의 사전 동의가 필수이며, 사업소는 교육, OJT 동행, 경력설계, 외국인 인력 차별행위 예방,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환경 정비 등 5대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기능실습생의 경우 실습 종료 전이라도 방문업무 일부 수행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지도감독 체계를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일본 내 돌봄 현장은 여전히 회의적

제도의 문은 열렸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외국인 인력의 일본 체류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 개호비자나 EPA 루트를 통해 입국한 인력들은 최소 2~3년간 일본에 머물며 언어와 문화, 생활방식에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방문돌봄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들은 충분한 적응 없이 가정 내 돌봄 업무를 맡게 돼, 이에 따라 사고 위험과 업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현장 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OJT(동행지도) 비용 문제다. 단독 방문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수개월간 서비스 제공 책임자(현장 관리자)가 함께 방문해야 하며,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별도 보조금 없이 고스란히 돌봄 기관이 떠안아야 한다. 결국 현장에서는 “현장 관리자가 언제든지 즉시 출동할 수 있는 대응 체계 지원책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나온다.

이러한 제도적 부담과 운영 리스크로 인해, 일본 내에서는 이번 제도는 현장 관리자를 다수 고용할 수 있는 대형 법인이나,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주택형 유료노인홈 등 유료 기관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역 사회의 재가 중심 소규모 돌봄 기관이나 인력 여력이 부족한 현장은 이번 제도의 수혜 대상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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