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은퇴생활] 종신보험이 대상 보험상품
은퇴 예정자 배 씨는 최근 은퇴 관련 강좌에서 본인과 배우자의 필요 노후자금과 준비자금을 계산해본 후 지금까지 준비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적으로 준비한 연금과 금융자산으로는 원하는 노후생활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언론에서 가입 중인 종신보험을 살아생전에 연금으로 쓰고 일부 사망보험금은 자녀들에게 상속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구체적 활용 방법을 알고 싶어 상담을 신청해왔다.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명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국내 노인 빈곤율(66세 이상 중위소득 50% 이하)은 39.2%(2023년, 통계청)로 OECD 내 하위 수준이다. 연금 등을 통한 노후 준비 상황을 보면 노후 적정 생활비(월 177만 원) 대비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58만 원(2022년)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이나 관련 제도의 개선을 통해 부족한 노후자금 해결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다.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는 비단 보험상품에 국한하지 않고 ISA와 신탁 등 다른 금융상품과 제도의 활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①고령층 보험계약 대출 우대금리 제공(2024년 말 실시), ②고령·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 및 보장 확대(2025년 4월 1일 실시 예정) ③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2025년 4/4분기(빠르면 3/4분기) 실시 예정) 등 세 가지는 시행됐거나 시행 예정일을 발표했다. 반면 ④ISA 및 연금계좌의 의료비 인출 편의성 제고, ⑤신탁업 활성화를 통한 생애 종합 서비스 제공에 관한 것은 아직 시행 시기를 검토 중이다.
보험계약 대출은 일반 대출에 비해 간편하고 금리가 높은 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60세 이상 고령자인 경우에는 기존 보험계약 대출을 포함해 보험계약 대출 이율에 대한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고령자일수록 의료비 혜택이 더 필요한 현실을 반영하여 고령·유병력자의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현행 70~75세에서 90세로 확대하고 보장 연령도 100세에서 110세로 확대한다.
ISA 계좌의 경우 비과세 및 손익통산 기능의 강점이 있지만,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3년 이상 가입 유지 등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ISA 계좌에 ‘의료저축 계좌’ 기능을 부과해 의료비 용도의 인출일 경우 비과세 등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신탁업 활성화를 통한 생애 종합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등이 이미 실시되고 있다. 향후 제도를 더욱 개선해 신탁계약을 통한 전 재산 신탁 설정이 이루어지면 초기 노년기에는 연금을 지금하고, 후기 노년기에는 건강 보호와 간병을 지원하고, 사망 후에는 상속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ISA 계좌와 신탁업 활성화를 통한 생애 종합 서비스 제공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검토 중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보험계약의 요건
2025년 2월 금융위원회는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 중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을 2025년 4/4분기(빠르면 3/4분기)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을 본인이 살아 있을 때 사용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대상 보험상품은 종신보험이다. 사실 기존에도 종신보험을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종신보험은 납입 보험료 중에 저축보험료의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납입기간이 길면 적립금이 꽤 많이 쌓인다. 때문에 종신보험 가입 후 20~30년이 지나 사망보장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해약 후 적립금을 찾거나 연금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이처럼 적립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사망보험금을 미리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
CI종신보험(중대질병 종신보험)은 해당 상품의 약관에서 정한 중대한 질병이나 중대한 암 등이 발병했을 때 사망보험금의 일정 비율(80% 등)을 생전에 지급하고 나머지 보험금은 사망 후에 지급한다. 또한 일부 종신보험에는 ‘선지급 서비스 특약’이 부과된 경우가 있다. 이 특약이 부과된 종신보험은 전문 의료인으로부터 잔존수명이 6개월 이내라는 소견이 있을 경우, 사망보험금의 일정 비율(50% 등)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다.
이번에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은 ‘건강할 때도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 계약기간이 10년 이상, 보험료 납입기간이 5년 이상으로 납입이 완료되고,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며, 유동화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 대출이 없는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 대상이다. 예정이율이 금리확정이 아닌 금리연동형이나 변액 종신보험, 단기납 종신보험, 그리고 사망보험금이 고액(예: 9억 원/추후 확정)일 경우 1차 유동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에 가입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 대부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화 대상 금액은 사망보험금 전액이 아니라 최대 90%까지이며, 지급 방식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지급한다. 이와 더불어 종신 지급이 아닌 일정 기간(예: 20년형)지급하며, 신청 시점은 만 65세 이상으로 하되 소득이나 재산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식(연금형, 서비스형)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연금형과 서비스형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두 유형 간 결합도 가능하다. 연금형은 사망보험금 일부를 유동화해 매월 연금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유동화를 통해 ‘최소한 납입했던 월 보험료를 상회하는 금액(납입한 보험료의 100% 초과~200% 내외)’을 매월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계약자 본인이 보유한 보험계약의 예정이율과 유동화 시점에 따라 수령 금액이 변동되며, 책임준비금을 많이 적립한 고연령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별도의 사업비는 부과하지 않는다. 수령 기간과 수령 비율은 신청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선택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1억 원의 종신보험에 40세에 가입하여 매월 15만 1000원의 보험료를 20년간 납입했고, 당시 예정이율이 7.5%였다고 가정하면 총 3624만 원을 납입한 것이다. 이 계약을 65세 시점에 사망보험금의 70%인 7000만 원을 유동화하여 20년간 연금으로 지급받고 남은 30%인 3000만 원은 상속인에게 상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월 평균 18만 원(납입했던 월 보험료의 121%)을 연금으로 지급받는다. 이 계약을 20년 동안 연금으로 받는 형태로 하고, 유동화 비율과 신청 시점에 따라 수령하는 금액 등을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서비스형은 현금이 아닌 서비스·현물로 보험계약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로 이용 시설과 건강관리 및 간병 서비스 등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이후 지급 기간 중 사망하면, 유동화 신청을 할 때 설정한 조건에 따라 사망 시 잔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며 보험계약은 종료된다. 앞의 예시를 사례별로 보면 <표 4>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