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은퇴생활] ETF 상품별 특성 파악해서 접근해야
전 씨는 새해부터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결심은 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려고 하니 막막해졌다. 어디선가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연금 기금의 포트폴리오를 참조해 투자해보려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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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운영 현황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2년 전 세계적 주식 대폭락 시기를 제외하고 꾸준하게 수익을 내온 국민연금은 2023년 11.59%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024년 역시 11%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연속해서 11% 이상을 기록한 국민연금 기금 포트폴리오의 자산 비중을 보면 주식은 국내보다 해외가, 채권은 해외보다 국내가 더 높다.
2024년 5월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5~2029년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배분 방안을 확정했다. 2025년 목표 포트폴리오는 국내 주식 14.9%, 해외 주식 35.9%, 국내 채권 26.5%, 해외 채권 8.0%, 대체투자 14.7%다.
국민연금 기금 포트폴리오를 참조해 금융자산을 운용할 때 추천할 만한 투자수단은 ETF다. ETF는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국내외 자산에 분산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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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로 주식형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부터 알아보자.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다. 오히려 이런 시기가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보면 저가 매수를 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을 편입한 KOSPI2OO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에 자산 배분을 한다면 당연히 KOSPI200을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KOSPI200을 추종하는 ETF에서 발생한 분배금은 배당소득이지만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다음은 KOSPI200 추종 ETF 중 순자산 5000억 원 이상인 주요 ETF다.
ETF 상품명에 있는 TR은 Total Return의 줄임말로 ETF에서 배당에 해당하는 분배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자동 재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TR 방식은 장기 투자 시 복리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원금을 계속 투자하면서 배당을 생활자금으로 써야 할 상황이라면 TR 기능이 없는 ETF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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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알아보자.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국가는 미국이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수는 4만 개가 넘는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4년 말 기준으로 121조 8000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미국 주식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이유다. 그다음 과제는 미국 주식 중에 적합한 종목을 고르는 일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수는 약 5600개다. 이들 기업 중에 시가총액 순위 순으로 상위 500개 기업이 사실상 미국 주식시장을 움직인다. S&P500 지수에는 미국 주식시장 상위 500개 기업이 편입되어 있다. 또한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18개가 S&P500 지수에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기본으로 탑재해야 한다. S&P500 외에 기술성장주에 대한 비중을 더 늘리고 싶다면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추가할 수도 있지만, 나스닥100에 포함된 기업의 80% 이상은 S&P500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KOSPI200 지수와 S&P500 지수를 비교한 그래프다. KOSPI200의 경우에는 11.2% 성장한 반면 S&P500은 78.7%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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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을 추종하는 ETF 투자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수도 있고,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투자를 통해 발생한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22%) 과세 대상이며,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투자를 통해 발생한 매매차익은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다만 연금저축펀드나 IRP 같은 연금계좌 내에서 ETF에 투자하여 발생한 매매차익은 연간 1500만 원 이내에서 연금으로 수령 시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가 과세된다. ISA를 통해서도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할 수 있다. 가입 후 3년 이상 된 ISA 계좌에서 매매차익을 인출할 경우에는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 내에서 비과세된다. 현재 연금저축펀드나 IRP, ISA를 통해서는 국내에 상장된 ETF에만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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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로 채권형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최근 몇 년간 커진 금리 변동성으로 인해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국내외 채권투자 모두 ETF로 가능하다. 채권형 ETF 분류는 투자 대상에 따라 국공채형, 회사채형, 단기자금형으로 구분할 수 있고, 투자 기간에 따라 단기채, 중기채, 장기채로 구분할 수 있다. 채권형 ETF는 투자 목적에 따라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먼저 현재 시중금리 수준의 수익을 기대하면서 유동성을 추구한다면 단기자금형 채권 ETF에 투자하면 된다. 이들 ETF에는 주로 KOFR, CD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다. KOFR는 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의 약자로 만기 1일의 무위험지표금리라고 할 수 있다. CD는 양도성예금증서(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의 줄임말이다. CD 금리는 91일물 금리가 대표적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채권형 ETF 중 자산 규모 5위 내 ETF는 모두 단기자금형 ET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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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형 ETF는 자산운용사가 실물을 보유하지 않은 채 증권사에 운용을 맡기고 수익률만 제공받는 형태의 ETF다.
유동성을 중시하는 단기자금형 ETF가 아니라 적극적인 수익 추구를 원한다면, 장기채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를 선택해야 한다. 장기채라고 하면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을 의미하는 듀레이션(Duration)이 10년 이상인 채권을 말한다. 장기채 ETF는 투자 기간에 따른 신용위험을 이유로 국채만 투자 대상으로 한다.
다양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이유는 어떤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포트폴리오 중 특정 자산 영역에서 수익이 많이 발생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영역별 구성 비율이 변했다면, 수익이 발생한 자산의 매각 등을 통해 구성 비율을 최초 전략에 맞춰 다시 조정해야 한다. 이것을 ‘자산 재배분’이라고 한다. 자산 재배분은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보통 6개월이나 1년을 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