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사진작가의 길거리 시니어 패션 연재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세 번째 주제는 ‘셔츠’다.
1 ‘초록 가방 어머님’. 멀리서부터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셔츠와 주름치마를 매치한 패션이 개량한복 같기도 한데, 전혀 촌스럽지 않고 멋스럽게 느껴진다.
2 ‘배태암 아버님’. 아버님은 건축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패션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당시 매고 계신 넥타이도 한국에 ‘YSL’(생 로랑)이 처음 들어왔을 때 구입하신 것이라고 한다.
3 ‘원피스 어머님’. 청 소재 셔츠 원피스에 레이스 원피스, 밀짚모자를 매치한 어머님을 보니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올랐다.
4 ‘반지 아버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화이트 패션을 소화하신 아버님. 그래서일까, 손가락에 낀 알록달록한 반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5 ‘덕수궁 어머님’. 패션의 기본은 블랙 앤드 화이트라고 하지 않나. 깔끔하고 클래식한 패션이 덕수궁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분이다.
6 ‘멋쟁이 아버님’. 과거 TV 방송에 ‘멋쟁이 아버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노년의 멋이란 젊은 사람이 가히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첼시 부츠 아버님’. 추운 겨울, 첼시 부츠와 바지 핏이 멋져 보여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만난 아버님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계셨다. 단지 긴소매 셔츠가 반소매 셔츠로, 갈색 첼시 부츠가 빨간색 첼시 부츠로 바뀌었을 뿐이다. 패션은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 찾기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