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비책] 생활 중 손목 혹사 습관은 없는지 돌아봐야
바야흐로 백세시대를 맞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기능사를 시작으로 실무 경력을 쌓아 산업기사, 기사까지, 인생 2막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니어들이 다시 펜을 들고 ‘열공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시니어들이 자격증 취득에 힘쓰는 이유는 은퇴 후 재취업·창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자격증 취득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위한 중요 ‘스펙’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2021년 11만 9413명으로 2017년 6만 3795명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자격증 공부를 방해하는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필기를 하면 할수록 뻐근해지는 손목이다. 장시간 필기도구를 움켜쥐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이미 30여 년 동안 일하며 약해진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다.
이는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약 71%(12만 716명)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서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 만큼 자격증 시험 준비 등 손목을 자주 쓸 일이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내부에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수근관(손목터널)이 좁아져 그곳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리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까지의 저림과 무감각 등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악력이 떨어져 병뚜껑 따기와 문고리 돌리기 등이 힘들어진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단추 채우기, 젓가락질과 같은 정교한 동작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전신의 뻐근함과 통증이 일상적인 시니어들에게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할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 통증 강도가 심해지고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 발생 초기에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에 나서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를 위해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열결혈, 경거혈, 내관혈 등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아 경직된 손목 주변 조직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또한 순수 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는다. 더불어 환자의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해 손목 관절과 근육, 인대를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실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침·약침 치료 효과는 연구 논문들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소개된 자생한방병원의 임상증례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통증 숫자척도평가(NRS)가 매우 심한 통증에 해당하는 9에서 치료 3주 후 가벼운 통증인 1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에게 8주간 침 치료를 실시한 결과 통증 및 증상 평가점수가 25.1%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업무나 가사노동, 공부 등을 하며 장시간 손목을 사용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손목에 쌓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틈틈이 손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손목의 움직임이 가동 범위를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격증 취득도 좋지만 건강한 신체는 훨씬 중요한 노후의 스펙이다. 은퇴 후 인생 2막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 건강관리에 힘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