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증가로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안질환을 겪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특히 안구의 망막 중심부 황반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노인성 황반 변성 질환을 호소하는 고령층이 많은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 망막 장치 이식의 효율을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눈길을 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임매순 박사팀은 하버드 의과대학의 쉘리 프라이드(Shelley Fried)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망막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른 인공 시각 신경 신호 변화 특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망막 색소 변성 및 노인성 황반 변성 같은 망막 변성 질환은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 세포들을 변성시켜 시력을 잃게 만드는 질병이다. 복잡한 신경 조직인 망막은 치료가 어렵고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이식이나 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들은 안구로 들어온 빛을 전기화학적 신경 신호로 바꿔 준다. 망막 변성이 일어나도 광수용체 세포 뒤에서 신경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절 세포’들은 살아남는다. 때문에 안구 내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하고 전기적 신호를 보내면 ‘인공 시각’을 형성할 수 있다.
이 같은 원리로 동작하는 인공 망막 장치는 망막 변성 질환으로 실명한 환자들의 시력 회복 방법이다. 이 치료법의 한계는 이식받은 환자마다 큰 성능 차이를 보이는데 그 원인을 알지 못해 일반적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공 망막 사용자 간의 성능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사람의 망막 색소 변성과 비슷한 양상으로 실명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가 실험에 이용됐다. 실험을 통해 각 신경 세포에 동일한 전기 자극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발생하는 신경 신호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살폈다. 정상 망막에서는 신경 신호가 매우 비슷해 높은 일관성을 보였으나 망막 변성이 진행됨에 따라 일관성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임매순 박사는 “인공 시각장치 이식을 위해서는 망막 변성 진행 정도를 면밀히 살펴 이식 대상 및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변성이 많이 진행된 망막에서도 우수한 인공 시각을 형성하기 위해 신경 신호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