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따라 사색여행] PART 5. 서울 둘레길 르포
‘서울 둘레길’은 서울시 동서남북을 둘러싼 산과 산을 잇는 총연장 157㎞, 8개 코스로 나뉜 원형 둘레길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서울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산들의 속살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서울 시내의 면면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이 중 서울 둘레길 5코스 관악산 구간은 해발 629m의 관악산 둘레를 도는 산길이다. 바위가 많고 산세가 깊고 웅장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다.
관악구와 금천구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이 길의 거리는
12.7㎞.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서 1호선 석수역까지 이어진다. 넉넉히 반나절 호젓하게 걸으면서 삼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낙성대공원, 서울대 정문, 천주교 삼성산 성지, 관음사와 호압사 등 풍부한 역사문화 현장도 두루 만날 수 있다.
관악산 구간은 ①사당역~서울대, ②서울대~호압사, ③호압사~석수역 3개 코스로 나뉜다. 사당역~서울대 코스는 민속신앙과 불교신앙을 엿볼 수 있고, 서울대~호압사 코스는 흥미로운 설화와 풍수와 역사를 만날 수 있고, 호압사~석수역 코스는 풍부한 삼림욕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민속신앙과 불교신앙의 조화
사당역~서울대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사당역. 경기권으로 이어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사람들로 언제나 인산인해다. 밀집한 상가들을 뒤로하고 관음사 방향으로 걷는다. 번잡한 역을 벗어난 지 5분쯤 지나자 길은 주택가의 한적한 골목으로 이어지고 금세 조붓한 산길과 닿는다. 조금 전의 소음은 온데간데없다. 도심의 회색빛 대신 온통 초록빛이다.
첫 번째 경유지인 관음사에 도착한다. 관악산 북동 기슭에 자리한 이 절은 예로부터 서울 근교 사찰 가운데 영험 있는 관음 기도도량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왔다. 신라시대의 도선국사가 정한 비보사찰(裨補寺刹, 이름난 곳이나 명산에 절을 세우면 국운을 돕는다는 도참설과 불교 신앙에 따라 세운 절) 중 하나인 관음사 입구에는 수령이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지정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본당 주변을 한 바퀴 돈 뒤 낙성대공원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오른다. 관음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당골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바위와 만난다. 과거 무당들이 기도하던 곳이라고 한다. 제사를 지내며 촛불을 켰는지 바위 입구가 까맣게 그을려 있다.
곳곳에 나지막한 조망터가 있어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여유도 잊지 않는다. 공원 내의 작은 매점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고 간단히 요기도 할 수 있다. 흔히 대학 이름이나 바위 이름으로 오해받곤 하는 낙성대는 고려시대의 영웅 강감찬이 태어난 생가 터다. 강감찬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 자리라 해서 낙성대(落星垈)로 부르게 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면 재밌다. 1973년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천주교 분위기 물씬 풍기는 삼성산 자락
서울대~호압사
이제 서울대 방면으로 이동해 관악산 구간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서울대 정문을 지난다. 정문 근처에는 관악산 관리사무소가 있어 서울 둘레길을 비롯한 관악산 등산 관련 안내 자료를 구할 수 있다.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다음 목적지인 천주교 삼성산 성지를 향해 걷는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의 유해 일부가 안장돼 있다. ‘삼성산’이라는 명칭은 고려시대 말 명승 나옹, 무악, 지공 등이 수도한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곳에 천주교 성직자였던 3명의 성인 선교사 유해가 안장됐고, 1970년 이후 천주교는 삼성산을 ‘세 명의 성인 유해가 안장된 성지’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관악산 구간의 마지막 포인트인 호압사에 이른다. ‘호랑이의 기운을 누른다’는 의미를 지닌 절 이름이다. 풍수적으로 볼 때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위치인데, 호환이 많았던 산세를 누르기 위해 호랑이 꼬리를 누를 수 있는 자리에 절을 창건했다고 한다. 호압사에서 석수역에 이르는 구간은 곳곳에 삼림욕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끝나가는 길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다가오는 주말,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서울 둘레길 관악산 구간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지친 몸과 마음을 가볍게 달랠 수 있다.
당일치기 둘레길 트레킹을 위한 정보
코스 정하기 먼저 동행할 사람의 성별, 연령, 체력, 산행 경력 등을 고려해 코스를 정한다. 당일 트레킹일 경우 소요시간은 하루 4~5시간 정도, 거리는 10㎞ 내외, 누적 고도차는 1000m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일행 중 노약자가 있다면 좀 더 쉬운 코스를 선택한다. 날씨, 교통, 편의시설, 지형, 중간탈출로 등 여러 가지 조건도 함께 체크한다.
잘 걷기 최대한 효율적으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불필요한 짐을 줄여 배낭을 가볍게 해야 한다. 걸을 때는 발바닥 전체로 노면을 내딛는다. 경사도에 따라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내딛는 발바닥에 몸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잘 쉬기 적당히 쉬면서 걸어야 큰 피로감 없이 트레킹을 지속할 수 있다. 처음 20~30분은 가급적 쉬지 말고 체온을 올리고 근육을 깨우며 천천히 걷는다. 휴식을 취할 때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겉옷을 입어 보온한 뒤 약간의 물과 간식을 섭취한다. 너무 오래 쉬면 활성화된 신체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 근육이 굳어지므로 적당히 쉬는 게 좋다.
잘 먹고 마시기 열량이 있으면서 소화가 잘되는 행동식을 준비해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한다. 행동식은 조리하지 않고 즉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건빵, 비스킷, 치즈, 초콜릿, 사탕, 육포 등을 기호에 따라 챙긴다. 물은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3분의 1모금 정도 입에 머금고 입술과 입안을 적신 뒤 조금씩 목구멍으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