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중·고령층 금융역량 진단…“쉬운 금융·공적 자문 확대해야”

은퇴 이후의 노후 자산을 준비하지 못한 중·고령층의 금융 취약성이 수치로 드러났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32.5%는 최근 1년간 생활비 부족을 경험했고, 부채 보유자의 61%는 ‘빚이 너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 확산 속에서 고령층이 금융정보와 공적 자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쉬운 금융’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IRI 세미나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에서 ‘중고령 소비자의 금융역량 진단과 강화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중고령기에는 자산 규모가 크고 연금 수령 방식이나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 주거 형태 조정 등 중요한 재무 의사결정이 집중되는 시기”라며 “한 번 금융 실수가 발생하면 만회하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은 55~79세 중·고령층 3000명을 대상으로 금융지식·금융행동·금융후생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금융지식 수준과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 정도를 지수화한 뒤 상·중·하 3개 집단으로 나눠 금융후생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금융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 수준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금융후생에는 금융지식 자체보다 실제 금융행동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 연구위원은 “금융지식은 금융행동을 매개로 금융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사에서는 재정 불안 신호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재정 상태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44.8점에 그쳤고, 응답자의 36.6%는 “경제적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가구의 32.5%는 최근 1년간 생활비 부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재무관리 과정에서 전문 금융자문을 활용하는 비율도 낮았다. 금융회사 직원이나 금융전문가, 세무사·회계사·변호사·공공기관 상담창구 등 전문 금융자문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반면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서’라는 이유로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5%였다.
연구진은 금융지식과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 수준이 모두 낮은 집단을 ‘금융역량 취약집단’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디지털 금융서비스 활용이 미숙하고 금융정보 접근성이 낮은 특징을 보였다. 여성·비경제활동인구·고령층·저학력·저소득층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연구진은 금융교육이 단순 지식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 연구위원은 “지식 습득 자체보다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역량 강화 프로그램 방향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 방안으로는 부채 및 현금흐름 관리, 노후 돌봄 대비 재정 계획, 금융정보 활용 등을 지원하는 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또 공적 금융자문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활용 수준이 낮은 소비자를 고려한 직관적 인터페이스 구축과 대면·비대면 상담 병행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금융역량 지원이 중요하다”며 “고령층이 자신에게 맞는 금융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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