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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앵커의 어처구니 없는 일탈을 보며

기사입력 2019-08-06 11:17

한 지상파 방송의 유명 앵커가 휴대폰 불법 촬영으로 방송에서 사퇴하고 검찰의 기소를 앞뒀단다. 저녁 9시 뉴스 앵커를 맡으며 잘 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게 된 까닭이 대체 뭘까?

그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재수가 없어 꼬리가 잡힌 것으로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그와 유사한 많은 사소한 범죄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흐지부지 잊혀버리는 세상이니까. 그러나 그로서는 불행한 이 ‘작은 사건’ 속에, 실은 우리 사회가 가진 뿌리 깊은 병의 단서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모습은 관리하고 치장하면서 사적인 일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병통이다.

조선 시대 성리학의 이념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던 때 현실이나 일상은 논할 가치도 없는 사사로운 일일 뿐이었다. 그들은 관념의 세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집안일은 아녀자나 머슴들의 소관이었다. 그런 전통이 아직도 남아 오늘날 가정 일이 제 값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그런 가치관이 종종 우리의 삶을 위선적으로 만드는 심각한 결과를 빚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누추하고 비루한 일상을 감추고 살아왔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가꾸면 문제없을 것으로 안심했다. 그러나 청문회장에서 햇빛에 드러난 명사들의 적나라한 일상은 얼마나 처참한가. 이제는 개인적인 삶을 처음부터 관리하지 않고는 사회적 리더가 될 수 없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사소한 일상이 중요해지고 감동을 주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보다 병석의 부모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이 더 어렵지 않은가.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너무 모르고 지내는 것 아닐까...

한 유명 앵커의 어이없는 몰락을 보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승승장구가 건강한 일상에 바탕을 두지 못할 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행복은 날마다 겪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이지 박제된 관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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