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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휴양도시 ‘다낭’, 삶에 지친 나에게 주는 쉼표 같은 선물

기사입력 2019-02-01 12:02

버킷리스트 여행지⑭

보들레르는 “여행이란 어른들에게는 인생이라는 악랄한 강대국과 맺은 휴전, 전반적인 긴장과 투쟁 중에 취하는 잠시 동안의 휴식이다”라고 했다. 찌는 듯한 여름엔 시원한 곳이 그립더니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이 되니 따스함이 마냥 그립다. 베트남이야말로 한겨울 따스한 꿈을 꾸기에 더없이 알맞은 곳이다.

여행에서의 하루는 1년 치 행복이다

한국에서 4시간 반을 날아 다낭 국제공항에 내리면 하노이나 호치민과는 또 다른 베트남을 만나게 된다.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다낭은 휴양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국의 파타야나 필리핀의 세부처럼 리조트형 휴양지에선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떠들썩함보다는 호젓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한쪽으로 비켜나 조용한 안식을 주는 곳. 그곳은 바로 다낭과 호이안 그리고 후에다. 파도가 낮은 포복으로 밀려오는 미케비치의 아침은 더없이 상쾌하다. 모래사장엔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 모양의 전통 고기잡이배 ‘틴퉁’이 무심하게 던져져 있다. 베트남 국적기를 배에 단 어부는 부지런히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베트남이지만 호젓한 새벽의 바닷가를 겁낼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로 여행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안전’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사회주의권 나라가 훨씬 더 안전하다. 이런 나라에선 범죄를, 특히 자국을 방문한 외국 여행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중형의 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여행자의 신분을 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다낭이다. 다낭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베트남 중부의 최대 상업도시이자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다낭은 베트남전쟁 때 미군의 최대 기지로 사용될 정도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미군이 물러나자 아이러니하게도 침체기를 맞게 된다. 다낭은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으로 요즘 새롭게 부각되는 곳이다. 주변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매력적인 호이안과 후에도 있다.

▲골목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호이안(이화자 작가 제공)
▲골목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호이안(이화자 작가 제공)

동서양이 혼합된 낭만적인 밤 풍경 ‘호이안’

여행을 자주 해서 좋은 점은 무작정 많이 보려고 허덕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어딜 가든 닮은 곳을 찾아내고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들과 중국식 유적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호이안은 남인도 항구도시 코친과 중국의 리장을 합쳐놓은 듯한 인상이다. 전통을 훼손하지 않고 개성 있게 변화한 골목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호이안이야말로 가장 베트남다운 곳이란 느낌이 든다.

작고 아름다운 투본 강을 낀 채 마치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호이안은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역사가 스며 있는 장소들과 과거 번화했던 국제 무역항의 모습이 애수를 자아낸다. 내원교, 전가사당, 풍흥고가, 광조회관처럼 천 년에 걸쳐 중국과 일본의 지배가 남긴 흔적들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에도 막부가 수교 거부 정책을 펼치자 호이안에 살던 일본 상인들은 하나둘 떠나가 버렸고 그 자리를 중국인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호이안에 밤이 오면 상점들은 하나둘 화려한 연등을 켠다. 동서양이 혼합된 이국적인 풍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할 만큼 낭만적이다. 베트남의 명물인 시클로를 타고 골목 탐험에 나서도 좋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시장기가 든다. 북부에선 국물이 있는 쌀국수가 대세이지만 중부에선 볶음쌀국수 카오라우가 대세다. 쌀국수가 질리면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온 바게트샌드위치(반미, 막대기 모양의 베트남식 바게트)를 먹거나 분위기 있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현지 맥주에 시푸드도 괜찮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구시가지를 관통하는 운하에서 연등을 팔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등을 하나 사서 강물에 띄우며 소원을 빌어본다. 원뿔 모양의 전통 모자 ‘논(non)’을 쓰고 연등을 파는 꼬마들의 순박함과 노를 젓는 노파의 온화한 미소가 기도를 더욱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엣 참파 왕국의 수도 ‘후에’(이화자 작가 제공)
▲엣 참파 왕국의 수도 ‘후에’(이화자 작가 제공)

안 가면 후회할 ‘후에’

다낭에서 후에로 가는 길.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가 연상되는 멋진 해안도로를 끼고 달린다.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하이반 고개에는 외국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만들었다는 요새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망루에 올라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감상한다. 점심은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마을 랑코비치에서 먹는다. 다낭에서 두 시간 거리인 후에는 드라이브의 즐거움도 주지만 다낭과 호이안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은 역사적 자취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줘서 좋다. 후에는 옛 참파 왕국의 수도답게 독특하고 고풍스런 유적이 많다. 마지막 날엔 흐엉 강을 따라 산책도 하고 배를 타고 사색에도 잠겨본다. 바람도 상쾌하고, 강물도 더없이 잔잔해 다음 날을 계획하기에 이보다 소중한 시간은 없을 것 같다. 배는 충분해서 가격 흥정도 해볼 수 있는 분위기다. 보통 한 시간에 5달러(베트남 돈으로 10만 동=5000원), 두 시간에 10달러면 작은 배 한 채를 단독으로 빌릴 수 있다.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다. 그렇게 배를 빌려 타고 배 안에서 두 시간 정도 깊고 고요한 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사람들이 고요함을 못 참는 이유는 뭘까. 밖이 조용하면 상대적으로 시끄러워지는 내면의 소리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까. 익숙하지 않지만 참고 있어보면 고요는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하루 한두 시간 정도 고요히 나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잘 찾아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travel tip

★찾아가기 인천- 다낭간 직항(대한항공, 베트남항공)이 있으며 4-5시간 소요된다. 다낭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30분, 다낭에서 호이안까지 차로 30분 소요. 다낭에서 후에까지는 차로 두시간정도 소요되며, 기차도 매일 4편 운행된다.

★기본여행정보 아열대성기후이며, 여행 적기는 건기인 12월부터 5월이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로 많은 비가 내린다. 특히 10월은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90일간 무비자며, 화폐단위는 동(VND)으로 1달러는 2만동이다. 언어는 베트남어와 부분적으로 영어가 통용된다.

★추천 숙소 풀만 다낭 비치 리조트 Pullman Danang Beach Resort

호이안 구시가지까지 무료셔틀 운행. 공항 서비스. Vo Nguyen Giap street, Khue My Ward Ngu Hanh Son District, 55000 Danang, tel. +84 511 3958 888 info@pullman-danang.com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인 미케비치(이화자 작가 제공)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인 미케비치(이화자 작가 제공)

▲명물 바게트샌드위치 반미를 파는 상점(이화자 작가 제공)
▲명물 바게트샌드위치 반미를 파는 상점(이화자 작가 제공)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오토바이 데이트족(이화자 작가 제공)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오토바이 데이트족(이화자 작가 제공)

▲낭만적인 호이안의 밤 풍경(이화자 작가 제공)
▲낭만적인 호이안의 밤 풍경(이화자 작가 제공)

▲투본 강가에서 휴식 중인 인력거(시클로)꾼(이화자 작가 제공)
▲투본 강가에서 휴식 중인 인력거(시클로)꾼(이화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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