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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포착

기사입력 2019-02-11 11:15

인천 앞바다 관광 유람선에 올라 파도가 이는 바다를 바라보니 작고한 서영춘 코미디언이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떳어도 고뿌(컵) 없으면 못 마셔요!”라며 웃음을 주던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좋은 풍광도 카메라 없이는 남겨둘 수 없다.

유람선 실내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흥에 겨운 승객들이 춤사위로 요란스러웠다. 갑판 위에 올라 드넓은 바다를 바라본다. 웅장한 인천대교가 위용을 드러내고 유람선 꽁무니를 따라 날고 있는 갈매기 떼는 승객들이 갑판 위 난간에 기대어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으려 달려든다. 순식간에 먹잇감을 포획해가는 갈매기 모습이 신기한 듯 사람들은 감탄을 한다. 과자를 하나라도 더 먹으려는 갈매기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유람선을 쫓아온다.

그래,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을 사진에 담아보자. 찰나의 장면이라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단축할 수 있는 고급 기종의 카메라가 부러워진다.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승객 중 한 분이 먹이 던져주는 역할을 자청한다.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분에게 새우깡을 주는 손의 위치를 미리 정해준 뒤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고 먹이를 채어갈 갈매기를 기다렸다.

▲변용도 동년기자가 촬영한 '순간 포착'
▲변용도 동년기자가 촬영한 '순간 포착'

주변을 흐리게 하기 위해 최단 거리로 좁히며 다가섰다. 갈매기의 깃털과 눈의 선명도를 높이려 렌즈 조리개는 8로 정했다. 렌즈 구경을 더 좁혀도 되지만 갈매기의 순간 동작을 정지화면으로 만들려면 셔터 속도를 허용 범위 안에서 높여야 했다. 그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능청을 떨며 거듭 부탁을 했다. 고맙게도 한참을 응해줬다. 삼각형, 대각선 구도를 머릿속으로 구상하며 연속 촬영을 해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순간 포착‘이라는 제목도 붙었다.

사진 촬영에 도움을 준 분은 전남 목포에서 관광 온 단체의 일행이었다. 자기들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속셈을 직감으로 알았으나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후 일행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보내줬다. 너무 감사하다는 답신이 왔다.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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