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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기사입력 2018-02-26 15:11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공연장 로비(박혜경 동년기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공연장 로비(박혜경 동년기자)
왜 그랬을까? 세상일은 알 수가 없는 일이어서 언제 나에게 돌발적인 사건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평생 도덕적이고 아름답게만 살 수도 있겠지만 벼락처럼 닥치는 사랑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 큰 비극을 맞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안나 카레니나, 불꽃처럼 다가온 사랑을 피하지 않고 맞았지만, 결국 비극의 파멸을 맞는 아름다운 여자 이야기가 화려하고 멋진 무대에서 뮤지컬로 펼쳐졌다.

이제 서서히 봄에 자리를 내어주는 듯 매서웠던 추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겯기에도 좋은 기온이어서 남부터미널 전철에서 내려 필자는 버스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예술의 전당에 갔다.

예술의 전당은 항상 좋은 작품으로 넘쳐나고 있어 전면의 포스터들이 필자의 시선을 끌어 당긴다.

저 포스터 중에는 오늘 감상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외에 담 주에 볼 예정인 리처드 3세도 걸려 있어 기쁨의 미소가 떠오른다.

일요일 오후 2시, 공연 보기에 최적의 시간이어선지 공연장엔 사람들이 꽉 찼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안나 카레니나가 싫다.

어지간히 보수적인 필자의 입장에서 훌륭한 남편과 귀여운 어린 아들까지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사랑만을 좇아 가정을 떠난다는 게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젊었을 때 톨스토이 원작인 이 작품을 영화로 책으로 만나고 필자는 충격을 받고 분개하기까지 했다.

특히 어린 아들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도 떠났을 때 꼭 벌을 받아야 한다고 느꼈으며 결말에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택했을 때 정의는 살아있다고 위안받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만큼 세월이 흐르니 그녀에 대한 느낌은 물론 벌을 받아야 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한 번뿐인 인생에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되며 대리만족을 해 본다.

그러면서 연륜이 사람을 좀 유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인사가 있은 후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열린 무대는 화려했다.

러시아의 스케이트 광장이 배경으로 배우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노래하는데 진짜 스케이트는 아니고 롤러스케이트지만 추운 나라의 즐기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시대는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이다.

키티라는 명문 가문의 아가씨는 브론스키 백작을 사모한다.

자신에게 프러포즈할 것을 믿었는데 무도회장에 나타난 브론스키는 이미 다른 여성을 보고 있다.

바로 특별하게 아름다운 모습의 유부녀 안나 카레니나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정치가의 아내로 나이가 20년 차이 나는 남편과 8살의 아들과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

이때 그녀 앞에 나타난 매력적인 브론스키와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버리면서 둘만의 도피를 한다.

남편 카레닌은 그녀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려 하지만 자신들만의 사랑이 중요했던 안나는 거부한다.

그러는 사이 고향에는 그들의 불륜이 알려지며 비난받게 된다.

고향에 돌아와 브론스키의 만류도 뿌리치고 안나는 사람들의 무시와 질타를 느끼면서도 무도회장에 한껏 치장하고 나간다.

뮤지컬 내내 멋진 음악과 춤이 흥겨웠지만, 비도덕적인 안나를 향한 여인들의 날 선 군무는 참으로 인상 깊었다.

절도있는 모션으로 나란히 줄을 서서 안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장면은 어쩌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부도덕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 같다고 생각되어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

남편 몰래 집에 들어와 잠자는 아들을 안을 때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났으며 거기쯤에서 멈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견디지 못하고 브론스키와 처음 만났던 기차역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원하는 사랑을 얻었지만, 세상의 질서에 반하는 일은 불행일 뿐이라는 교훈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에 가슴이 서늘하다.

주인공뿐 아니라 무대를 가득 채웠던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모두 멋져 보이는 공연이었다.

아름다운 모습의 안나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좀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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