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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간 딸에게 주는 편지

기사입력 2018-02-19 10:50

▲사람관계는 계란 같아서 깨어지기 쉽다(조왕래 동년기자)
▲사람관계는 계란 같아서 깨어지기 쉽다(조왕래 동년기자)
예전만큼 들썩이는 설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식들 오면 먹이려고 이런저런 음식을 준비했다. 특히 네가 좋아하는 새우나 굴비도 수산시장에 가서 사오고 소갈비도 인터넷으로 넉넉하게 준비했다. 너희들이 부모님께 세배를 올리고 세뱃돈도 주겠지만 그보다 몇 배 많은 세뱃돈을 손자손녀들에게 주려고 이미 은행에서 새 돈을 준비를 해두었다. 부모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부모들이란다.

옛날 어른들은 세상에서 보기 좋은 것으로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넘어가는 것을 꼽았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너는 모르겠지만 천수답 논에 비가오지 않아 벼가 말라 들어가면 농부의 마음은 애간장이 다 탄다. 드디어 한줄기 소낙비가 내린다. 도랑에 물이 콸콸 넘치면서 마른논에 물이 들어간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은 정말 하늘로 나를 것 같다. 이런 기쁨에 버금가는 것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다. 자식 키우는 너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것이니 설명은 그만 둔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뭔가를 줄 때 기뻐하는 마음이다.

너를 키울 때 애지중지하고 가정의 온화함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다. 가정은 따뜻함이 첫 번째인데 그러려면 역설적으로 가정에도 위계질서가 있어야 하고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지는 않아도 순종해야 할 일은 많다. 특히 명절날 찾아뵐 때 며칠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시부모님을 흡족하게 해드려라. 이번 명절날 내가 집히는 데가 있어서 특별히 당부한다.

명절날 시댁에서 출발해 오면 대략 오는 시간이 정해져있었다. 대부분 저녁 무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낮에 ‘엄마, 아빠 우리들 왔어요.’하고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더구나! 반가움보다 덜컥 걱정이 앞섰단다. 나도 모르게 ‘아니 이렇게 빨리!’하는 말이 절로 나오더구나. 반가움보다는 뭔지는 모르지만 시댁과 갈등이 있었구나! 그래서 아침밥만 먹고 나온 낌새를 느꼈다. ‘아버님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아서 금방 왔어요.’하는 사위의 말도 별로 진심 같지 않더구나. 서둘러 집을 나서면 시부모님들이야 체면상 잘 가라고 말은 해도 속으로는 기분이 좋지 않았을 터다.

거듭 말하지만 친정인 우리 집에 너희들이 빨리 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시댁에 있는 시간보다 친정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너는 친정집이 편하겠지만 사위는 처갓집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출가를 했으면 시댁의 풍습도 배우고 시댁 쪽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와중에 시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기를 진정 바란다.

내 딸이 너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에게 효도를 하려다가 시댁식구의 눈에 벗어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친정부모에게 잘하려고 하지마라 애비를 기쁘게 하려거든 사돈의 입에서 네 칭찬이 나오도록 해주면 된다. 지난번에도 사돈을 만났을 때 네 칭찬을 하더구나! 부모는 자신의 칭찬보다 자식의 칭찬을 들을 때 더 기쁘단다. 지금까지 내 딸답게 잘해오고 있었다. 네가 내 딸인 것이 또한 나의 자랑이다. 언제나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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