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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전원처럼

기사입력 2018-01-26 16:37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젊었을 때 입주하여 산천이 세 번 넘게 바뀌도록 이사 한번 안하고 관악구 같은 집에서 산다. 이때쯤 관악에서 사는 아유를 밝힐 때가 되었다. 몇 년 전 사회은퇴를 앞두고 오랜 도시생활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하였다. 전원이주 지인들을 살피면서 취향은 맞는지 환경변화는 어떠한지 검토하였다. 취향과 성격에 어울리는지가 제일 큰 문제였다. 전원은 어릴 적 추억일 뿐, 이미 도시민이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젊었을 때 휴가철이나 휴일에 짬짬이 시간을 쪼개서 여행을 즐겼다. ‘아! 아름답다. 또 와야지’ 감격을 먹고 다시 올 것처럼 다짐을 하였으나 같은 곳으로 또 갔던 기억은 거의 없다. 추억은 얼마 지나면 잊어버리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여행이 더 즐거웠다. 한 곳에서만 꼼작 못하고 살아야 할 아무 이유가 없었다. 전원으로 이주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편리한 도시에서 살면서 쾌적한 전원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전원이 그리울 때는 주말농장을 찾으면 되었다.

서울 어디서든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관악·북한·청계산은 우리의 전원이다. 수도권 전철 경춘·중앙·경강선을 타면 가는 곳마다 명승지다. 매주 친구들과 서울근교·원거리 산행을 즐기고 있다. 봄꽃·여름녹음·가을단풍·겨울함박눈 따라 학교동창·자원봉사동료·사회평생교육동기들과 산행을 즐긴다. 각자의 신체조건에 맞춰서 산을 찾으면 바로 그곳이 전원이다. 관악전원마을에서 즐겁게 사는 이유다.

첫째, 관악산이 포근히 감싸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한다.

관악산은 관악구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연주대 정상에 오르면 암자가 추녀 밑 제비집처럼 앙증맞게 매달려 있다. 서울둘레길·관악산둘레길이 잘 정비되어서 등산을 하거나 산책하기에 편리하다. 관악산 계곡과 도림천은 여름철 물놀이 천국이다. 잣나무 삼림욕장은 천혜의 치유광장이다. 어디서나 몇 십 분이면 관악산에 연결된다. 아침마다 뒷동산 체육공원에서 건강을 다질 수 있다. 울창한 숲 덕분에 여름철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다.

둘째, 관악은 교육특별구다.

집주위에는 초·중·고등학교가 연이어 있고, 가까운 곳에 대학교가 있다. 한곳에서 오래 사는 덕분에 아들과 딸은 전학 한번 없이 교육을 마쳤다. 결혼 후에는 가까운데서 살고 있다. 쌍둥이 손녀와 손자가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다닌다. 아들과 손주는 도시에서 보기 드문 ‘초등학교 부자동문’이 되었다. 앞으로 오래도록 관악에서 더 재미있게 살아야할 이유다. 손주를 정성껏 돌보자. 올바른 시민으로 기르는 인성교육 첫걸음이다.

셋째, 오순도순 분위 좋은 전원마을이다.

관악구청·평생학습관·문화원에서 열리는 사회교육이 활발하고, 도서관 운영은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청운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가 많아 생기가 넘치는 곳이다. 늦었던 사회개발도 경전철 등 지역발전에 불을 댕기고 있다. 골목길·고갯길·사이길 등 도시화가 덜 된 ‘시골길’이 많다. 정이 넘쳐 활기 찬 골목길이 있는가 하면 인적이 뜸해 정을 그리워하는 고갯길도 있다. 도심 같지 않는 포근한 사이길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주민 간 통행 문제로 다투는 일이 종종 있으나 이곳은 오히려 이웃과 상생하는 정이 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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