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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다끽반(喫茶喫飯)

기사입력 2018-01-17 10:07

선어(禪語)에 나오는 말이다. ‘차를 마실 때는 차 마시는데 집중하고, 밥을 먹을 때는 밥 먹는데만 집중하라’는 말이다.

몇 해 전 댄스동호회 파티에 초대되어 간 일이 있다. 그때 회장을 맡았던 사람이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의전부터 시작해서 안 끼는 데가 없었다. 메인 파트의 시작은 그 회장의 시범댄스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회장이라는 사람이 루틴 순서를 완전히 까먹고 헤맸다. 다시 시작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그 파티는 엉망이 되었다. 혼자 이것저것 다 하려다 보니 집중이 안 된 탓이었을 것이다. 시범을 하기로 했으면 시범에만 집중하고 다른 의전은 다른 임원들에게 맡겼어야 했다 아니면 의전만 맡고 시범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필자는 수많은 댄스 시범과 경기대회에 나갔으나 한 번도 루틴 순서를 틀린 적이 없다. 더구나 모던 5종목을 전문으로 했으니 플로어에 나가 다섯 가지 춤을 춘 것이다. 어떤 시범에서는 여러 가지 루틴을 구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왈츠라도 학원 용, 선수용, 장애인 파트너 용, 초급, 중급 등으로 기억해야할 루틴의 가지 수도 많다. 그럴 수 있었던 요령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집중했기 때문이다. 시범장소나 경기장소에 가면 눈을 감고, 또는 눈을 뜨고 주변의 기물 위치와 댄스 루틴을 대비시켜 기억을 다지는 것이다.

당구를 치면서 상대방이 스마트폰 보는데 한눈을 팔고 있으면 그 게임은 십중팔구 필자가 이긴다. 같이 당구를 치면서도 옆 당구대에 신경 쓰는 사람도 있다. 당구라는 것이 흐름이 있기 때문에 계속 집중해서 보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칠 수가 없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모임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전에는 두 군데 모임이면 둘 다 참석했다. 한 군데는 앞쪽만 참석하고 다른 모임에는 뒷부분에 참석하는 것이다. 아예 못 가는 것보다는 환영받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군데 모두 불만족한 것이다. 처음 간 곳은 중간에 다른데 간다고 하니 분위기를 깨는 것이다 두 번째 간 곳은 이미 자기네들끼리 공유한 분위기가 있는데 거기 중간에 들어가는 것은 민폐가 된다. 이미 술이 한 순배 돌았다면 그 수준에 못 맞춰 더 불편하고 어색해진다. 앞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면 두 번 째 모임에서도 마셔야 하므로 과음하기 쉽다. 그래서 요즘은 한군데만 집중하고 한 군데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안 간다.

요즘 사람들은 바쁘다. 그리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멀티태스킹의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다.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다 잘 처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무리이다. 다 잘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특히 남자들은 한 가지 이상을 동시에 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있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옆 테이블 손님들 얘기도 다 들으면서 수다도 떨고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누가 옆에 앉았었는지도 기억을 못한다. 그러면서도 앉은 자리에 집중 하지 못한다. 마음을 정하고 한 자리에 앉았다면 끽다끽반(喫茶喫飯)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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