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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를 아십니까?

기사입력 2017-11-15 21:34

‘안동 역에서’라는 노래를 폭발적으로 히트시킨  가수 진성이 최근 노래 부른 ‘보릿고개’를 들으면 가난했던 옛날기억이 떠오른다. 보릿고개란 예전에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농가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로서 음력 3, 4월에 해당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쌀이 없어서 밥을 굶은 시절이 있었다고 말하면 쌀이 없으면 라면 끓여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보릿고개 시절을 통 모르는 아이들에게 보릿고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진성의 보릿고개라는 노래가 애창가요로 사랑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보릿고개의 전설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사람이 많이 있다. 내가 겪은 6.25이야기처럼  내가 겪은 보릿고개 이야기를 토해내어 우리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기록으로 남겨서 후세들이 똑 같은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보릿고개를 몸으로 직접 겪었고 눈으로 참상을 봤고 더 참혹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먼저 진성이라는 가수가 부른 보릿고개라는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자.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흉년에 콩죽 한 그릇하고 논 서마지기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배고픔은 참기 힘들다. 부잣집에서 초봄에 쌀 한가마니를 장리쌀로 빌리면 가을에 추수하면 한가마니 반을 갚아야한다. 이자로 치면 10개월에 50%인 셈이다. 과히 살인적이다. 장리쌀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덜익은 보리를 먹어야 한다.  보리가 덜 여물면 껍질을 벗기는 방아를 찧을 수가 없다. 보리이삭을 낫으로 잘라서 가마솥에서 덖으면 익으면서 딱딱해진다. 이를 대충 껍질만 벗겨서 밥을 한다. 이 밥을 삼킬 때 목이 뜨끔뜨끔 할 정도로 보리가시가 목을 찔러댄다. 물로 배를 채운다는 말이 있는데 소금이라도 먹어야 물이 삼켜지지 그냥 물만으로는 배를 채울 수가 없다.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먹었다고 하는데 무었을 먹었을까? 산나물이나 쑥을 많이 채취해서 먹는다. 나물 자체만으로는 반찬이나 되지 요기는 될 수 없다. 밀가루나 하다못해 보릿가루라도 있어야 버무려 쪄서 식사대용으로 한다. 뿌리로는 칡뿌리에서 녹말을 내어 먹었다. 아이들이 칡뿌리를 학교에까지 들고 와서 먹었다. 목피라고하면 나무껍질인데 대표적인 것이 소나무 속껍질이다. 이것은 워낙 딱딱해서 그냥 먹을 수는 없다. 먹으면 죽는다는 양잿물을 넣고 삶으면 부드럽게 풀어진다. 이를 물에 담가 양잿물 독성을 빼고 먹었다. 거의 섬유질로 구성된 음식을 먹으니 변 보기가 어렵다. 위장의 기능이나 배변 힘이 약한 노인들은 죽을 맛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보릿고개를 넘은 사람은 다행이지만 배고픔을 참지 못해 장리쌀에 손을 대면 자식을 남의 집 머슴으로 보내거나 농토를 팔아야 했다.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토를 헐값에 파는 것이 그나마 살길이다. 자기의 농토가 줄어들면 다음해는 더 고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논 한마지기 사려고 하지 말고 입하나 덜라고 했다. 새 중에서 제일 큰새가 먹새라고 먹을 입인 식구를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딸은 남의 집 식모로 공장으로 보내고 아들은  머슴으로 이발소나 관공서 사환으로 취직했다.       

어렸을 적에는 가난은 개인이 게으르거나 부모를 잘못만난 탓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가난하게 사는 이유의 대부분은 지배계급의 착취가 바탕에 있다. 장리쌀의 횡포도 그렇거니와 남의 농토를 경작하면 가을에 추수해서 절반씩 나눈다. 하지만 나쁜 지주는 미리절반의 수확을 정해놓고 흉년이 들어 수확이 형편없는데도 약속된 절반을 가져가버린다. 불공정계약이지만 소작인은 힘이 없으니 대항할 수가 없다. 이를 잘 아는 위정자들이 가난한 소작농을 보호하기는커녕 지주와 한 통속이 되어 착취자의 편에 섰다.      

지금의 세상은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부모세대보다  훨씬 공정하고 살기 좋은 세상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의 세상이 살기어렵다고 헬 조선이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은 우리 부모세대의 보릿고개 이야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열심히만 살면 배고픔에서는 해방된다. 대통령께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참혹한 보릿고개는 이제는 없는 세상이다. 보릿고개라는 단어도 우리세대를 끝으로 모두의 기억에서 잊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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