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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 카페의 시나몬 커피와 토스트

기사입력 2017-09-08 13:04

▲작은 시골 기차역 ‘Wollongong station’(이현숙 동년기자)
▲작은 시골 기차역 ‘Wollongong station’(이현숙 동년기자)
작은 시골 기차역이 있었다. 그 이름은 ‘Wollongong station’. 하루를 그 마을 바닷가에서 놀았다. 기차 출발시간이 30분쯤 남았을 때 우린 허기져서 잠깐 두리번거리다가 기차역 뒤편에 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특별한 카페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그저 기차역 부근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커피하우스였다. 별다른 기대 없이 메뉴를 골라 주문했는데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향긋한 시나몬 커피가 들어 있는 잔은 얼굴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우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레 잔을 감싸듯 들고 마셨다. 후한 인심만큼 커피 맛도 최고였다.

▲울릉공 카페의 시나몬 커피와 토스트(이현숙 동년기자)
▲울릉공 카페의 시나몬 커피와 토스트(이현숙 동년기자)

간단한 토스트 한 접시와 후한 양의 커피에 감동을 받은 것은 행복한 시간 속에 있는 여행자의 기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특별한 분위기에서 마신 차 한 잔이 오랜 기억 속에서 비타민처럼 건강한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늦은 오후, 햇살이 가득 쏟아지던 테이블 위에 놓인 향긋한 시나몬 커피와 토스트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누구에게나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이나 과일, 군것질이 특별한 기억으로 되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값비싼 요리라 해도 먹는 사람에게 언제나 기분 좋은 추억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여행하는 동안의 기분이나 순간순간 다가오는 여행지의 느낌이 특별한 맛이 되고 추억을 만들어준다.

그때의 맛이 그리워, 아니 자유와 행복이 넘치던 그 시간들이 그리워 집에 돌아와 가끔씩 토스트를 굽곤 했다. 이름하여 ‘울릉공 토스트’. 열심히 흉내 낸 야매요리라 할 수 있겠지만 별것도 아닌 단순한 토스트 한 조각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우리 가족만의 여행 스토리 메뉴가 되기도 한다.

울릉공에서의 두툼했던 호밀 빵의 풍미도 없고 그날의 환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도 느낄 수는 없지만 주말 아침이면 우리는 울릉공 토스트를 먹으며 시드니 근교의 작은 기차역과 그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흐뭇한 대화의 시간이 또 하루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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