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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를 볶다

기사입력 2017-05-08 15:22

▲고소하게 잘 볶아진 통깨(박혜경 동년기자)
▲고소하게 잘 볶아진 통깨(박혜경 동년기자)
오늘 깨를 볶았다. 깨 볶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있었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참깨를 볶았다.

막내동생의 시댁이 농사를 짓는데 항상 추수한 여러 가지 곡식을 보내주신다고 한다.

참 부러운 일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으시고 수확의 기쁨을 서울에 있는 자식들과 함께하시는 게 행복하다고 하신단다.

많이 보내오셨으니 나누어주겠다고 해서 여러 가지 농산물을 얻어왔다.

그중에 깨가 있었다. 요즘 국산 깨가 귀한데 직접 볶아서 만들 생각을 하니 무척 기뻤다.

몇 년 전에도 한번 참깨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깨를 씻으면서 너무 많이 흘려보내 몹시 아까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조심해서 알뜰하게 깨소금을 만들어 봐야지 생각했다.

깨는 아주 작은 곡식이라 씻을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작은 돌이나 모래가 안 나올 때까지 조리질해서 대여섯 번 씻고 촘촘한 체에 밭쳐놓았다. 이번엔 신경을 바짝 써서 전처럼 아깝게 많이 흘려보내지 않고 잘 씻었다.

전에 했던 경험으로 깨는 볶을 때 탁탁 튀면서 위로 튀어 나가는 것이 많았다.

이번엔 좀 깊숙한 솥에다 몇 번 나누어 볶아보기로 했다.

▲튀지 않게 깊숙한 솥에서 깨를 볶는다(박혜경 동년기자)
▲튀지 않게 깊숙한 솥에서 깨를 볶는다(박혜경 동년기자)

깨를 볶는다는 말은 은유적으로는 사이좋은 사람들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느 글에서 읽었는데 깨는 아주 작은 작물이라 떨기가 조심스러워 아이들에게는 시키지 않고 노인이 하기에도 힘든 작업이라 한다. 그래서 층층시하의 대가족 구조에서 젊은 부부가 오순도순 이야기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게 깨 떠는 일이었다는 것에서 신혼부부의 사이좋게 사는 모습을 깨가 쏟아진다는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참깨는 낟알이 작아 종이나 비닐을 깔고 터는데 그 위에 깨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린단다. 워낙 깨는 비싼 작물이라 돈이 떨어지는 소리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젊은 부부가 마주앉아 깨를 털면서 깨를 팔아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는 즐거운 상황을 깨가 쏟아진다고 말했던 것 같다.

또한, 깨를 볶으면 고소한 냄새가 나니 행복한 모습을 감출 수 없을 때 깨 볶는다는 표현을 했을 것이다.

깨는 고소하게 맛도 있지만, 그 효능도 탁월하다. 참깨는 불포화 지방산과 메티오닌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간 기능을 강하게 하며 전신의 건강을 증진시켜준다고 한다.

또 항암작용과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큰 오메가·3 지방산이 있으며 노화억제와 천연향 생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리그닌도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효능도 좋고 고소한 국산 깨를 볶게 되니 필자는 신이 났다.

속이 깊은 솥을 달구어 씻어서 체에 받혀둔 깨를 적당량 넣으니 치익~하는 소리를 낸다.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주면서 볶았다. 점점 깨가 통통해 지면서 톡톡 튄다.

너무 많은 양을 볶으면 위쪽의 깨가 튀어서 날아가 버린다. 지난번의 경험으로 적당량을 넣은 오늘은 아주 잘 볶아졌다.

3번에 나누어서 깨를 다 볶았다. 납작하던 모습이 통통하니 귀엽게 부풀었다. 한 수저 가득 떠서 입에 넣고 따끈하고 고소한 맛을 느끼며 필자는 행복하다.

양념이나 음식에 꼭 필요한 깨를 볶아 그릇에 담아놓으니 부자가 된 듯 흐뭇하고 뿌듯하다.

내 손에 오기까지 힘들게 농사지으신 분께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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