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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따뜻한 마음

기사입력 2017-03-23 09:31

언제부턴가 필자는 메일로 ‘따뜻한 마음’이라는 글을 받고 있다.

주로 교훈이나 선행에 대한 이야기로 감동적인 내용이 많은데 특히 오늘 받은,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무뚝뚝한 필자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야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온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 매번 침대의 자기 자리에 남편이 먼저 누워 있었다고 한다. 너무 피곤했던 아내는 그때마다 화를 내며 남편에게 비키라고 했고 남편은 배시시 웃으며 자리를 내어주었단다.

어느 날 아내가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겼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병실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자리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또 내 자리에 누웠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상해 “당신 또 내 자리에 누워 있었지?” 하고 남편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남편은 그저 가만히 웃기만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한마디했다.

안 그래도 환자 침대에 누워 계시기에 안 된다고 했더니 아내가 유별나게 추운 걸 못 참으니 내가 누워서 미리 자리를 덥혀놔야 한다고 하더란다. 순간 아내는 구박을 받아가면서까지 왜 그렇게 남편이 자기 자리에 누워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장난이라고만 생각하고 짜증을 냈던 게 매우 미안했을 것이다. 기념일이나 생일에 근사한 선물이나 받아야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이라 믿었는데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남편의 마음이 고맙고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

작은 부분에서 그렇게까지 아내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필자도 남편 생각이 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필자 남편은 화초 키우는 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식물을 좋아해서 화분을 들여놓고 싶어 했지만 좁은 거실에 뭘 가져다 놓는 것이 싫었던 필자는 항상 화를 내며 반대했었다. 남편은 한때 사기를 당해 시내 요지에 있던 알토란 같은 건물을 날려버린 터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 마음을 잘 아는 필자이지만 지금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그 후로 원래 애교도 많고 상냥했던 필자는 남편에게 무뚝뚝하고 매서운 아낙이 되어버렸다.

필자가 싫어하니 남편은 눈치를 보며 화분을 하나씩 들여놓기 시작했고 어느새 거실 라디에이터박스 위에 쪼르르 난이며 꽃 화분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어느 날 필자가 몹시 화를 내며 왜 저런 걸 사들였느냐며 신경질을 부려도 아무 말이 없었다. 어느 날은 난에 꽃이 피었다며 은은한 향기를 좀 맡아보라고도 했고 예쁜 색으로 피어난 이름 모를 꽃을 감상하라며 권하기도 했다.

필자는 남편 앞에서는 관심 없는 척했지만 어느 날부터 그쪽으로 자꾸만 눈이 갔다. 좁은 공간에 참으로 앙증맞고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남편이 있을 때는 관심 없는 듯 행동했지만 남편이 없을 땐 가까이 다가가 향기도 맡아보고 “너 참 예쁘구나!” 하며 말도 건넸다.

자신의 큰 잘못을 알기에 군말 없이 투정을 받아준다는 걸 알면서도 고운 소리 한 번 하지 않는 필자가 속으론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다. 남편은 꽃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도 좋아질 것 같아서 필자를 위해 모종을 사가지고 와 꽃을 피웠다고 한다. 필자를 위해서 뭐든지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남편의 마음이 더욱 이해되고 가슴속으로 따뜻함이 한없이 스며드는 것 같다. 이제는 그만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남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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