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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덕이 있는 사람인가?

기사입력 2017-03-18 12:23

우리는 덕, 인격, 도덕 등과 같은 익숙한 단어의 의미를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가끔 우리는 음덕, 공덕, 후덕과 같은 단어도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뜻은 무엇일까? 필자가 학문에 뜻을 두면서부터 터득한 한 가지 진리는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그 정의를 확실하게 알고 이해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바른길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덕의 사전적 정의는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이다. 또는 도덕적, 윤리적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인격적 능력이라는 좀 난해한 철학적 뜻으로도 풀이된다.

사실 필자 자신부터 평소 덕이 부족한 것 같아 덕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는 어쩌면 소크라테스를 닮은 것도 같다. 그도 잘 알면 덕을 실행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덕에 대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덕이란 아레테(arete), 즉 우수하고 훌륭한 상태라고 정의하였다. 바람직한 삶이 잘 사는 것이요, 잘 산다는 것은 선한 것이라 이야기했던 그는 덕을 쌓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덕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중,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장자가 내린 정의가 재미있고 쉽게 설명되어 있어 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재주는 빨랫줄에 걸린 속옷과 같고

덕은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과 같다.

재주란 높은 산들바람만 스쳐도

대낮 하늘 밑에서 창피한 줄을 모르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한껏 나풀거린다.

그러나 장롱 속의 덕이란

남의 시선을 피하여 그것을 입는 사람에게

추위를 면하게 해주려고

항상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다.

좋은 일을 했다 하여 생색을 내는 것은

무슨 꿍꿍이속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뭇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을 얻지 못한다.

덕이란 무엇인가?

고마운 마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덕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입을 무겁게 하며

귀를 두텁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

그리하여 뭇사람들로부터

참 고마운 마음을 얻게 한다.

그러나 덕이 마음속에서 나와 입을 통해 바람을 탈 때는

반나절 양지쪽 햇볕에 불과할 뿐이다.

살면서 가끔 우리는 현대식 영문으로 이해하면 더 쉽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아 위 장자의 말씀 일부를 직접 영어로 번역해보았다.

One like underwear with laundry line is not virtue.

Virtue is placed in the wardrobe like underwear which

will be good for warming the body.

What is Virtue?

Virtue is the light shown in the deep mind without a saying.

Deepen the ear and brighten the eye.

Therefore, it gets a real gratitude from the people.

사실 필자는 조상의 음덕에 대하여 가끔 생각을 한다. 오늘날 우리 가정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없이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다 ‘조상님의 음덕’ 때문이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즉 그분들이 생전에 사람들에게 많은 덕을 베풀면서 살았기에 그 공덕을 지금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려의 대장군이셨던 ‘집자 평자’ 7대 조부는 몽고군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국가를 위해 끝까지 싸우다 전사하셨으니 그 덕이야 말로 결코 작은 공덕이 아닐 것이다. 참 이상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까? 아마도 사람의 기는 4대까지 함께 느껴진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자고로 대장부는 후덕(厚德)으로 처신하여 천박하지 않으며 내실(內實)을 높이 사서 부화에 미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사람은 작위(作爲)를 버리고 무위(無爲)를 취한다. 과거 세종대왕은 통치자의 덕을 이렇게 말했다.

“임금이 덕이 없고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재앙을 보내 경계시킨다고 하는데, 지금 가뭄이 극심하다. 대소 신료들은 제각기 위로 나의 잘못과 정령의 그릇된 것과 아래로 백성들의 좋고 나쁨을 거리낌 없이 직언하여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나의 생각에 부응되게 하라.”

그래서 세종대왕은 항상 덕정을 베풀어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 그분의 이런 후덕한 정치는 <논어> 이인 편의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소크라테스도 덕과 지가 겸비한 사람이 지도자(철인)가 되어야 한다는 철인 정치를 주장했던 것과 서로 상통하는 것 같다.

반대로 덕이 부족하면 만사에 원망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덕이란 사람이 행동할 때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하고 바른 마음을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 되는 자연과 사회의 근본 질서를 도라 하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을 덕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어느 스님의 말이 기억난다. 도덕의 의미는 그런 뜻에서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살아야 하는 덕목인 것 같다.

필자도 이제 덕에 대하여 조금 이해를 하였으니 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덕을 실천하게 되어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더 많은 덕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덕 중에서 여자에 대한 지를 더하여 후덕한 남편이 되고 공덕을 쌓아 이웃의 삶에 빛을 주는 삶을 살 수 있다면 필자의 여생은 아주 더 행복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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