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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푸드 가자미식해

기사입력 2017-03-08 15:02

▲가자미 살이 쫄깃한 식해 만드는 재료(박혜경 동년기자)
▲가자미 살이 쫄깃한 식해 만드는 재료(박혜경 동년기자)
시장에 나가보니 단골 생선가게에 가지런히 쌓인 가자미가 눈길을 끌었다.

가자미는 손질하여 소금 뿌려두었다가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도 맛있고 매운 양념장 끼얹어 찜을 해도 맛있는 생선이다.

또한, 가자미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슬로푸드도 있다.

가자미식해인데 이북의 음식으로 알려져있는 이것은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도 번거로워 자주 하지는 않지만, 워낙 남편과 필자가 좋아해서 가끔씩 실력발휘를 해 보곤 한다.

필자의 시부모는 이북이 고향이시다. 시어머니는 또순이로 유명한 함경도 분이신데 음식 손맛이 뛰어나셨다.

결혼 후 어느 날 어머님이 만들어 삭힌 가자미식해가 상에 올랐을 때 그 맛에 반해버렸다.

친정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것인데 식혜라면 시원하고 달콤한 감주로만 알고 있던지라 매콤짭짤하니 아삭한 무와 어우러진 가자미의 쫄깃한 살이 너무나 맛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필자는 배울 생각은 안 하고 해 주시기만 기다리며 맛을 즐겼었다.

분가를 한 후 가자미식해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만들면서 어머님에게 좀 더 자세하게 배워놓을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어깨너머로 보기만 했던 터라 그 맛이 나려는지 매우 걱정스러웠는데 어머님께 전화도 여러 번 해가면서 만든 결과 그래도 여태까지 만든 필자 작품도 칭찬받을 만큼 성공하기는 했다.

지난번 만들 때 가자미 손질이 힘들었다. 가시가 억센 부분을 자르는데 칼 닿는 부분의 손가락에 빨갛게 물집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엔 꾀를 내어 생선가게 주인에게 가자미를 세로로 잘라달라고 주문했다.

보통 가자미는 가로로 토막을 내 주는데 식해용으로 잘게 토막을 내려면 세로로 잘라오면 손에 물집 잡힐 정도의 수고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서였다.

아저씨는 “뭘 만들려고 그러시나?” 하면서 깨끗하게 손질해 주었다.

가자미식해의 재료로 비늘 벗겨 손질한 가자미와 무, 파, 마늘, 생강 그리고 좁쌀(기장)을 준비했다.

조는 꼭 메조를 써야 한다던 어머님 말씀이 있었는데 차조는 찰기가 있어 풀어지니 땡글땡글 알이 살아있으려면 메조가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난번 만들 때 메조를 구할 수가 없었다. 차조는 있는데 메조는 퍽퍽한 맛으로 수요가 없으니 안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메조와 비슷한 기장으로 밥을 해서 만들었는데 모양이나 맛에 별 차이가 없었고 꼭 필요한 재료가 없으면 대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시장과 마트를 돌아봐도 메조 파는 곳이 없어서 기장을 사 왔다.

비늘을 벗겨 온 가자미는 깨끗이 씻어서 이번엔 손쉽게 토막을 내었다. 세로로 잘라온 보람이 있었다.

토막 낸 가자미에 소금을 뿌려 24시간 절인 다음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준다.

무도 채 썰어 소금에 절이는데 지난번 얇게 채를 쳤더니 너무 가늘었던 게 생각나 이번엔 손가락만큼 좀 굵게 썰었는데 그래야 씹는 맛이 더 좋지만, 각자의 기호에 따르면 될 것이다. 무는 서너 시간 정도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꼭 짠다.

기장은 씻은 후 조리로 몇 번 일어준다. 조나 기장 같은 곡식에는 아직도 돌이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으로 밥을 하는데 물은 적게 잡아 고슬고슬 지어야 한다. 노란색 기장밥이 아주 맛있게 보인다. 밥은 펼쳐서 식혀 놓는다.

커다란 그릇에 소금에 절인 후 물기 뺀 가자미와 꼭 짠 무채, 식힌 조밥 (기장밥도 가능),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 멸치액젓 약간을 넣어 버무린다.

장독 항아리에서 삭히면 좋겠지만 필자는 글라스락 유리통에 넣었다.

유리통 가득한 가자미식해를 보니 뿌듯하고 기분이 매우 좋다. 이제 일주일쯤 지나면 잘 익은 가자미식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삭아삭 무채와 쫄깃쫄깃 구수한 가자미 맛이 떠올라 자꾸 침이 고인다.

맛있고 귀한 향토음식을 전수해 주신 고마우신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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