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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 부드럽게 사로잡는 법

기사입력 2017-02-27 13:58

인간에게 적당한 경쟁은 삶을 활기차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지나치다는 것은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형제끼리 심한 갈등이 이어지면 어른들은 자주 이런 속담을 인용하시곤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그리곤 실제로 더 주시곤 했다. 미워서 하나도 주기 싫은 마음인데 두 개를 주겠다는 것은 화를 삭이고 더 이상의 갈등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농부에게 가뭄은 내 목이 타는 것 이상의 고통이다. 논에 물을 대기 힘들 정도로 가뭄이 심하면 물을 먼저 대기 위한 싸움이 치열해진다. 한 농부가 낮에는 물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밤새 물을 대고 잠깐 눈을 붙이고 나오니 아래 논 주인이 물꼬를 터 그 물을 다 훔쳐가고 말았다. 마을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젊은 귀농 부부라 물정을 몰라서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겼다. 그러나 이튿날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화가 난 농부는 아래 논 주인을 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마을을 돌아보던 신부님과 마주쳤다. 농부는 신부님께 물 도둑의 행실을 소상히 고했다. 그러자 신부님이 이렇게 말했다.

“서로 사는 방법을 구하세요. 먼저 아래 논에 물을 대주고 나중에 형제님의 논에 물을 대세요.”

농부는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신부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밤새 아래 논에 물을 대주고 난 다음에 자신의 논에 물을 대느라 잠을 못 잔 농부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젊은 부부가 달려왔다. 논의 물꼬를 터 물을 받으며 안 그래도 미안했는데 이제 자신의 논에까지 물을 대주시니 감사해서 어찌할 바 모르겠다고 했다. 농부는 허리를 몇 번이고 숙이면서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젊은 부부와 화해했다. 그리고 앞으로 서로 교대로 논에 물을 대기로 했다. 미움을 없애고 도움을 주고받는 믿을 만한 이웃이 된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화가 나는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래도 완전히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방법이 아주 확실한 처방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겁을 주거나 미움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 필요 때문에 잠시는 숙일 수 있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반면 감사와 감동은 오랫동안 따뜻함으로 남는다. 악을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은 공동선이다. 약육강식이 아닌 베푸는 것으로 선을 돌려받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며 조금씩 깨달아지는 것이 있어 좋다. 그래도 또 상황에 맞닥뜨리면 아직도 남은 성질을 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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