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 좋은 사거리 번듯한 건물에 분양사무실을 차리고 있었다. 강남에 갈 때마다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이 분양광고지와 물티슈를 나눠주던 그 광경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럴싸하게 꾸며 놓았다. 커피도 주고 요즘 추운 날씨에 요긴한 핫팩도 한웅큼 쥐어 주었다.
먼저 모델하우스를 보여줬다. 20층 규모에 총 300실 정도의 오피스텔 및 상가 분양이었다. 8평 정도가 대종이고 그보다 약간 큰 평수도 있긴 했다. 빌트인 구조라서 그야말로 몸만 들어가면 주방시설부터 잠자리까지 다 되어 있었다. 다만, 필자가 들어가 살기에는 거실이 작고 사무 공간이 모자라고 침실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복층 구조였다. 원룸으로는 호화롭지만, 혼자 주거 용도로 살기에는 좁아 보였다. 단기간 머무르는 용도로는 물론 호화로운 호텔 급이다.
사는 용도로만 생각했는데, 투자 목적으로 보라는 것이었다. 역세권에 큰 교회 옆이라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상가는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이틀 쉬는데 다른 휴일까지 감안하면 일주일에 4일만 유동인구가 있는데 비해 교회가 있어 충분히 휴일 유동인구를 보충한다는 것이다.
분양가는 8평 기준으로 2억원 가량이라고 했다. 계약금 10%만 내면 중도금은 무이자로 60%까지 은행 대출을 받으라고 했다. 잔금 30%는 2년 후이니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임대를 주게 되면 보증금 1천만 원에 월 80만원의 임대료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말대로만 되면 연 수익 9.5% 정도이다. 요즘 은행 이자가 1% 수준인데 비해 꽤 괜찮은 수입이 된다.
전망이 좋은 고층이 가장 분양가가 높았다. 2층까지는 상가인데 상가는 평당 5천만원 수준이지만, 오피스텔은 평당 1,600만원 수준이니 3층 정도가 오피스텔 분양가이면서 상가로도 활용이 가능하니 관심을 가져보라고 했다.
가장 염려 되는 것이 분양회사의 신용도였다. 중소 건설회사가 분양하는데 대기업은 아파트 재건축 등 큰 공사만 하고 이런 정도의 규모는 중소건설업체가 담당하고 분양가 관리는 신탁회사가 대행하니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고 했다.
이런 일이 후배의 생업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란다. 분양이 성공하면 건당 150만원의 수수료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소개해서 계약이 성사되면 내게도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배분하겠다는 얘기였다.
개인적으로 여윳돈이 있으면 투자하도록 솔깃하게 얘기했다. 은행 대출도 어렵지 않으므로 알선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나이에 이자 부담 안아가면서 내가 분양 받을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지인들을 이용해서 수수료나 나눠 가지려는 생각도 못 할 짓이다.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배운 셈 치면 된다. 물론 그정도 금액의 투자처를 찾는 지인이 있다면 소개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