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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벌래 먹은 농산물을 사 먹자

기사입력 2017-02-03 09:39

시골에 있는 여동생이 볶은 메뚜기를 소포로 보내왔다.

‘야! 메뚜기다. 요즘 어디서 메뚜기를 다 잡았지!’ 오랜만에 보는 메뚜기가 반갑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웬 메뚜기고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다. 본인이 잡은 게 아니고 시골 오일장에 메뚜기가 나왔는데 그걸 보는 순간 어릴 적 오빠가 메뚜기 잡아주던 기억과 추억의 메뚜기를 오빠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사서 보냈다고 한다. 시골이 고향인 시니어 분들은 어릴 적 메뚜기 잡던 추억이 모두 있을 것이다. 벼 이삭이 누런 황금빛으로 변하면 메뚜기 잡으러 친구들과 때론 남동생, 여동생과 같이 2 홉짜리 소주병을 들고 마을 앞 논으로 나갔다. 병 종류가 있으면 잡아서 담기가 쉬운데 그마저 없으면 강아지풀이라는 풀줄기에 메뚜기 목 뒷부분을 꿰어 주렁주렁 엮으며 잡았다. 잡은 메뚜기는 솥에 볶아서 간식으로도 먹고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이용되었다.

최근 들어 유기농과 무(無) 농약 농사를 다시 짓기 시작하면서 메뚜기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최근에 내 눈으로 들판 길을 걸으며 메뚜기를 만난 적은 없다. 그 만큼 농약의 피해가 과거와 다르게 심각하다.

동생이 보내준 메뚜기를 보면서 농약에 대한 무서움이 떠올랐다. 농약은 해충의 천적까지도 죽여서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고 자연 스스로의 정화 활동을 막아버린다. 농약으로 벌들이 급격하게 줄어 이대로 가다가는 농산물의 씨받이를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메뚜기가 먹으면 죽는 농약을 사람이 알게 모르게 농작물에 스며들어있는 농약을 먹어왔다는데 있다. 사람은 메뚜기의 몇 천 배 되는 체중이 있으니 메뚜기는 죽어도 사람은 금방 죽지는 않겠지만 아주 천천히 인체 각 부를 병들게 하는 것은 자명하다.

농약 묻은 농산물을 물로 깨끗이 씻어서 먹는다 해도 아주 미미하게 스며들어있는 농약까지 다 제거되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서울사람의 식수원인 팔당댐 부근에 처가가 있는데 거기도 농약을 치면서 농사를 짓고 농약은 서서히 한강으로 스며든다. 농약이 수돗물의 여과장치에 대부분 걸러지겠지만 100% 걸러지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농민들도 농약을 살포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농약의 위험성을 잘 알아 농약을 치지 않으려한다. 하지만 농약을 살포하지 않아 병충해의 피해를 입은 못생긴 농작물은 아무도 사주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농약을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웃기는 건 무 농약 농산물 을 사 먹겠다고 전라도, 경상도 시골서 농산물을 사서 농약 친 수돗물에 씻어 먹고 있다. 농약을 아주 하지 않는 무 농약 농법은 극성스러운 병충해 때문에 하기 어려워 농약을 적게 살포하는 저 농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저 농약은 병충해의 피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농약을 적게 하면 할수록 드문드문 벌레 먹은 흉터가 생기고 성장발육이 매끄럽지 못하고 모양이 뒤틀려있다. 못생긴 농작물은 팔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치고 있다는 농민의 하소연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참에 우리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한마디로 못생긴 농작물을 사서 먹어야 한다. 옛날처럼 메뚜기와 함께 추수되는 벼가 있어야 하고 배추 잎에 벌레가 슬금슬금 기어 다니는 배추를 사서 벌레는 털어버리고 잘 씻어 먹어야 자연밥상이다. 크고 잘생기고 상처 없는 매끈한 농작물이 절대적인 각광을 받을 것이 아니라 벌레가 좀 먹어도, 모양이 뒤틀려있어도 무 농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벌레 있는 배추와 굼벵이 파먹은 감자를 제발 사서 먹어 달라는 농부들의 외침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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