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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 좋은 병원, 어떻게 고를까

기사입력 2017-01-24 13:30

▲서울 강남 거리에는 수많은 병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환자들은 녹색불을 쉽게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워한다.(브라보마이라이프)
▲서울 강남 거리에는 수많은 병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환자들은 녹색불을 쉽게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워한다.(브라보마이라이프)

최근 강남의 병원들 사이에선 새로운 ‘보트피플’이 생겼다는 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닫고 먹튀(선불 치료비를 떼어먹고 도망간)한 교정 치과 때문에 생긴 말이다. 치료가 2~3년 걸리는 교정 치료의 특성상 중단된 치료를 계속할 만한 병원을 찾기 위해 몰려다니는 이들을 보트피플로 일컫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주변의 개원의들은 병원을 선택할 때 주의 깊게 살폈다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체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우리나라 의료법 체계에서 병원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쉽게 설명하면 입원병상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1차, 입원병상을 갖춘 병원급 기관은 2차, 100병상이 넘고 7개 진료과목 이상 운영하고 있으면 3차, 즉 종합병원이다. 의료법을 처음 계획한 이들은 1차에서 3차까지 순서에 따라 환자가 이동하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환자가 입맛에 맞춰 취사선택하는 구조가 됐고, 일부 과목은 모든 의료기관이 경쟁하는 구조다.

소위 TOP 5를 중심으로 이들과 경쟁하는 대형 대학병원, 종합병원들은 많은 투자와 인재확보 경쟁으로 인적교류도 활발해져 상당수 평준화가 이뤄진 상태. 명의를 확보하기 위해 본교 출신을 우대하는 ‘순혈주의’는 깨진 지 오래고, 여러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평가도 이뤄지고 있는 상태여서 “어떤 과목은 어디가 잘한다”는 식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출신 학교보다는 EBS <명의> 출연 경력이 더 우대받는다”고 이야기할 정도.

그래서 여기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차 의료기관, 즉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구관이 명관이다

우리가 흔히 포괄적으로 병원이라 부르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이지만 사회적 책무를 함께 지고 있는 사업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들 의료기관이 오랜 기간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치료와 장기적 환자 관리, 병원 경영 등을 효과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증명이 된다.

흔히 병원을 차리면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일반 의원의 폐업률은 70.6%, 한의원은 79.3%에 달했다. 매년 10개 병원이 생기면 7개 이상의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만약 주변에 오래된 의원이 있다면 살아남을 만한 이유를 가진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개인 의원이 치명적인 의료사고를 일으켰을 때 일정 기간 공백을 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 새로운 병원명으로 개업하는 것이 관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래된 병원은 그러한 큰 의료사고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치료비는 도덕적 잣대가 아니다

많은 환자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치료비에 대한 착각이다. 최근 ‘착하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양하게 쓰이면서 치료비가 적게 드는 치료를 우선시하는 병원 혹은 치료비를 깎아주는 의사에게도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료비가 지나치게 싸다는 것은 의료기관의 절박한 상황의 방증일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먹튀 치과도 평균적으로 200~300만원 정도 하는 교정 치료비를 66만원에 해주겠다면서 환자들을 유혹했다.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진료 분야의 치료비는 병원에서 임의로 정한다. 그러나 치료비가 왜 그 금액인지 100% 설명할 수 있는 개원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주변의 ‘시세’를 고려하는 경우도 많고,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나름의 진료 철학이 반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제시된 가격이 주변보다 높다고 생각되거나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면 병원을 불신한다. 견적서만으로 상품 성능을 평가하는 셈이다.

강남의 한 교정 치과 원장은 “결국 치료라는 것은 환불이 불가능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몸을 치료하고 나면 제품을 되돌려 보내듯 무를 수 없으니까요. 의사도 도덕적 책임을 갖고 진료를 해야겠지만, 환자도 상품을 고를 때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도심의 수 많은 병원 간판들.(브라보마이라이프)
▲도심의 수 많은 병원 간판들.(브라보마이라이프)

병원보다는 의사를 제대로 선택

환자들은 병원이 자신을 치료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내가 만난 의사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병원 이름은 분명히 기억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를 혹은 내 가족을 누가 치료하는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먹튀 치과는 홈페이지에 의료진 이름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결국 모든 의사들이 고용된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되었다는 것이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의료법상 많은 의원이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의료인의 약력을 밝히진 않지만, 자랑할 만하다면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하는 분위기다. 의사가 뭘 전공했고 학자로서 어떤 학술 활동을 했는지 상당 부분 공개가 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나 의학 관련 매체에서 이름만 검색해봐도 의사의 평판은 가늠할 수도 있다.

특정 분야의 경우 관련 학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대한성형외과학회나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치과교정학회 등의 학회들은 모두 병원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네이버에서 병원 검색이 되는 것을 모르고 번거롭게 예산을 들여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분야를 제대로 전공한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비 전공자가 성형외과나 피부과 간판을 걸고 운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발품을 팔아라

목동의 한 정형외과 원장은 많이 다녀볼 것을 추천한다. “의외로 환자와 의사 간에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강압적인 의사에 고분고분 따르는 환자도 있고, 납득해야 따르는 환자도 있습니다. 이런 환자는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는 의사와 잘 맞아요. 궁합이 잘 맞아야 치료도 잘 됩니다. 그런데 이런 궁합을 맞추려면 수고스럽더라도 병원을 많이 다녀보는 것이 좋아요.”

또 많은 상담을 통해 환자가 교육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병원에서 상담을 받다 보면 해당 질환에 대한 지식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어떤 병원이 자신에게 맞는지 안목도 생긴다. 결국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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