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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기사입력 2017-01-05 15:07

▲베를린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박혜경 동년기자)
▲베를린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박혜경 동년기자)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또 생겼다. ‘또’ 라고 하는 건 얼마 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 공연에 갔었기 때문이다.

그 날도 가기 전까지 필자가 잘 알지 못하는 클래식 연주가 얼마나 지루할지 필자의 무식함을 들키는 건 아닐지 매우 고민했었다.

잠실 롯데 콘서트홀의 시설은 훌륭했고 그날의 연주는 실황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곡 자체보다 필자가 좋아하는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영화 ‘7년 만의 외출’의 삽입곡이어서 익히 알고 있는 곡이다.

7년 만의 외출은 지하철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에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뒤집히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섹시한 마릴린 먼로가 이 음악에 맞춰 천천히 뇌쇄적으로 걸어 들어오는 장면이 눈에 선해서 이 피아노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은 좀 독특한 방식의 연주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연주단의 신년 음악회를 녹화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다.

1월 1일엔 실황을 위성 중계했고 1월 3일은 실황을 녹화해서 보여주었다.

코엑스나 센트럴에 있는 메가박스에서는 이렇게 연주회나 오페라를 영화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 오페라를 영화로 보게 되었을 때 웅장한 실제 무대의 오페라만 접해보았던 필자로서는 그리 감흥이 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로 보는 메트로폴리탄의 오페라는 오히려 중간마다 설명도 곁들여지는 등 오페라를 즐기기에 더 좋은 면도 있었다.

1월 3일 감상한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회도 실황만큼 감동적이고 웅장하게 다가왔다.

또 반가웠던 건 연주곡에 필자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이 포함되어 있어서였다.

13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경이 새해를 맞이하여 생동감 가득한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흐트러진 은발이 멋지게 보이는 ‘사이먼 래틀’경의 열정적이고 때론 속삭이듯 우아한 지휘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

21세기 최고의 지휘자라 불리는 ‘사이먼 래틀‘ 경은 2002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으며 근대에서 현대에 걸친 폭넓은 레퍼토리를 토대로 살아 숨 쉬는 클래식을 들려준다는 정평을 받는 분이다.

오늘의 피아니스트는 2011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트리포노프’라는 러시아의 젊은이다.

무대에 등장한 피아니스트 ‘트리포노브’는 정말 어려 보였다. 그런데도 피아노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그의 손은 신기에 가까웠다.

두 시간 가까이 펼쳐진 신년음악회의 레퍼토리에서 클래식에 무식한 필자가 아는 곡이 두 곡이나 연주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웅장한 저음으로 시작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이다.

비록 영화로 보고 있지만, 영화 속 관객이 손뼉 칠 때 영화 보던 우리 관객도 오케스트라가 눈앞에 있는 듯 박수를 보냈다.

연주회가 끝났는데도 영화 속 관객이 계속 손뼉을 치자 앙코르곡으로 경쾌하고 빠른 아름다운 곡을 한 번 더 연주해 주는 서비스도 있어 즐거웠다.

클래식 연주회가 있다 하면 겁부터 났는데 앞으로는 모르면 모르는 채 즐겨보기로 했다.

음악은 장르와 관계없이 다 아름답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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