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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전학] (11) 어머니들의 학교 참여

기사입력 2016-09-12 10:15

20~30명이 한 반인데 어머니들이 거의 다 참여 한다. 아주 자질구레한 일들이지만 소신을 가지고 정말 학교를 위해서 열정적이다. 벨 마크를 매달 모아서 계산하는 일들 같은 건 한 달 쯤 지나가도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일이고, 다음 달에 해도 아무 문제없는 일임에도 절대 그러는 엄마들이 없다. 근면 정신과 책임완수에 내심 놀라웠다. 자기 책임 절대 완수라는 철칙이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잘못을 배우게 한다는 건 용납 못한다는 말이었다. 유도리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작은 일이 어떤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산단다. 보기에는 아주 부드럽고 유연한 마음 씀으로 보여 지는 엄마들도 절대 기본적인 일들에 어긋남이란 없었다. 자꾸 자꾸 많은 것들을 배워 갔다. 일어 실력이 하루하루 늘어가면서 어머니의 도리도 자꾸 넓어져 갔다. 생전 처음 겪는 새로운 것들을 배워 가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대상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기초적인 도덕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가 우러나왔다.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기뻤고 즐거움의 비명이 질러졌다. 이렇게 사람다운 생활을 아무 거리낌 없이 어떤 누구의 저지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는 가벼운 행복에 푹 빠져 살아가는 나날들이었다. 어머니들의 친절과 아주 편한 가르침 속에서 깨달음들이 쌓여갔다. 편집부에 가면 격려 속에서 글을 써서 냈고, 벨 마크 수집 반에 가면 계산을 했고, 케이크를 만들면 함께 거품을 냈고... 언제나 잘한다는 칭찬 속에서 어린애 같이 귀엽게 놀았던 거 같다. 학교가 잘 운영 되도록 내일처럼 돕는 일에 앞장서서 돕는 엄마들 틈바구니에서 나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전부 아무 일이나 협력해 가며 척척 잘 도왔다. 어느 초등학교나 운동장 어느 곳엔 가에는 풀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 가서 가장 신나하던 풀장이다. 예를 들어 그 풀장 어느 모서리 페인트칠이 약간 벗겨져 있어도 어머니들은 그걸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서 풀장 사용 전에 수리를 하여 안전하게 준비를 하는 일 등이다. 별 일도 아닌 거 같지만 심각하게 의논했고 거기에 대해 엄마들의 의견도 정말 많았다. 거기에 사용될 돈을 어디에서 빼야 하는지 또 어느 정도의 예산이 들 건지 며칠을 의논하고 결정하고... 어느 날 작은 애 반 엄마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 결혼을 했다며 죄송하지만 252엔을 김 군 편에 보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돈이냐 하면 작은 액자를 선물했다면서 반원으로 나눴더니 그 액수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알았다고 수고했다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 혼자 자꾸 웃었다. 이렇게 깨끗하게 처리를 하는 구나~ 느낌이 묘했고 흰 봉투에 ‘선생님 결혼 축하선물 값’ 이라고 적어서 아이 편에 보내면서 어찌 그리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들던지... 무겁게 여러 번 어떤 선물을 해야 좋을까 개인적으로 엄청 고민을 해야 했을 한국의 초등학교 담임 결혼을 그려보며 가뿐하게 행복을 기워하는 인사를 저절로 하게 되었었다. 이런 것들은 배워야 하는 것이지 미워할 수는 없는 일 중 하나였다. 학부형의 도리를 넘어선 일은 안 하는 엄마들과 그 이상을 용서 안하는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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