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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가 된 이 한권의 책] 희망편지

기사입력 2016-09-07 13:27

▲ 필자의 첫 공저서 '희망편지'. (손웅익 동년기자)
▲ 필자의 첫 공저서 '희망편지'. (손웅익 동년기자)
아주 오래전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의 일이다. 국어선생님은 머리가 하얗고 이가 몇 개 빠진 할아버지였고 성함은 ‘김이홍’이었다. 당신 이름에 세 가지 성씨 즉, 김씨, 이씨, 홍씨가 들어있다고 자주 자랑하셔서 사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 내재되어 있던 작문 소질

그 날 국어시간에는 작문을 하라고 하셨다. 작문의 주제는 ‘국어 선생님’이었고 1등에게는 커다란 ‘배’ 하나를 상으로 주겠다고 하셨다. 그 당시 우리 중학교는 망우리 공동묘지 근처에 있었고 학교 주위에 배 밭이 많았다. 그 날 필자가 1등상을 차지했고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가서 큰 배 하나를 상으로 받았다. 글을 잘 썼다는 선생님의 칭찬도 아직 귀전에 남아있다. 그 당시 몸이 왜소하고 깡말라서 덩치 큰 녀석들로부터 늘 괴롭힘을 당했다. 성격도 지독하게 내성적이어서 거의 말도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작문 1등이라는 사건은 우리 반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글 쓰는데 재미를 붙일 만도 하건만 그날 이후 수십 년간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 다시 찾아낸 글쓰기 소질

2008년에 우리나라에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그 십년 전인 IMF 때는 자살하거나 파산해서 삶의 고통에 빠진 사람들이 금융위기 때 보다 훨씬 더 넘쳐났었다. 그러나 IMF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돕기라도 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조용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갔다. 그 때 조선일보에서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수기를 공모했다. 신문에 실리는 수기를 보면서 용기를 내어 응모했다. IMF 때 파산하고 공황장애도 앓았으나 가족의 사랑으로 재기하게 된 필자의 이야기였다. 채택이 되어서 신문에 개제되었고 몇 달 동안 개제된 수기를 모아서 ‘희망편지’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여러 사람의 수기를 모아서 출간된 책이었지만 필자 이름이 들어간 책은 의미가 컸다.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 본격적인 글쓰기

그 때부터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써서 저장해 두는데 재미를 붙였다. 여기저기 신문사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였고 여러 번 채택되어 원고료도 받았다. 2012년에는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인연’ 수기공모에 입상했다. ‘내가 만난 추기경’이라는 책에 글이 실렸다. 글을 쓰는데 더 용기가 생겼다.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 관련 포럼 회원들과 같이 책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 과거에는 잘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과 책을 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고를 모으고 교정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시니어 비즈니스 스쿨’, ‘무지개 공감’ 이라는 책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이렇게 해서 벌써 공저서가 네 권이라고 이력서에 넣게 되었다. 시니어 관련 강의를 할 때면 수강생들에게 이 책들을 선물한다. 올해는 여성 동화작가로부터 책 감수를 부탁 받았고 오늘 그 책이 출간되었다.

아주 오래 전 낡은 철재 책상 오른 쪽 맨 아래 칸 서랍에서 신문지로 뭉쳐놓은 큰 배를 꺼내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때 작문시간에 선생님께 썼던 편지가 씨앗이 되어 [희망편지]라는 책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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