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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배냇저고리

기사입력 2016-09-01 14:32

▲시어머님과 필자가 수놓아 만든 아들의 배냇저고리. (박혜경 동년기자)
▲시어머님과 필자가 수놓아 만든 아들의 배냇저고리. (박혜경 동년기자)
오늘은 모처럼 장롱 속을 뒤집어 정리하기로 했다. 잘 입지 않는 옷이 가득한 옷장은 한숨부터 나온다.

연례행사로 안 입는 옷을 추려내어 재활용 옷 수거함에 넣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 입지 않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옷이 한 가득하다.

한복 넣어 둔 서랍을 열어보니 곱게 싼 보자기에 보관한 우리 아들 아기 때 입혔던 옷이 나왔다.

면으로 된 흰색 쌍방울표 러닝과 팬티가 어찌나 조그맣고 인형 옷처럼 예쁜지 미소부터 지어진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아들 아기 때 입혔던 배냇저고리랑 앙증맞게 작은 첫 신발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워낙 물건 버리기를 잘 못 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내 옷은 수십 번 처리하며 살았어도 아기 옷 몇 가지는 꼭 갖고 있고 싶었다.

하얀색 융으로 만든 배냇저고리 2장은 우리 아들이 태어났을 때 솜씨 좋으신 시어머님이 직접 재봉질하셔서 만들고 하나씩 맡아 앞섶에 수를 놓았다.

어머님은 파란 색실로 감치셨고 나는 분홍 색실로 사슬뜨기를 해서 모양을 내었다.

사서 입혔던 많은 아기 옷은 아기가 자라면서 없어졌지만, 어머님과 내가 수를 놓아 만든 아기 옷은 버릴 수가 없었다.

가끔 장롱 속 서랍 한쪽에 넣어둔 아기 때 입혔던 옷들을 꺼내보면서 정말 우리 아들이 요렇게 작은 옷을 입을 때도 있었다는 게 신기해서 웃음이 난다.

어쩌면 필자는 손자가 생기면 “네 아빠가 입었던 옷이란다.” 하고 입혀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필자도 이제 할머니가 되어 예쁜 손녀 손자를 갖게 되었다.

앙증맞은 팬티는 남자용이라 할 수 없지만, 필자랑 어머님이 마주 앉아 고운 색실로 수를 놓았던 배냇저고리는 손녀에게 입히고 싶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의 도움 없이 모든 일을 참 잘 처리한다.

연애결혼을 한 우리 아들도 결혼할 때 모든 걸 웨딩회사에 맡겼다며 필자에게 어떤 도움도 청하지 않았다.

예전 필자가 결혼할 당시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엄마가 준비해 주셨다. 예물도 그렇고 별로 필요하지 않은 그릇도 그때 유행하던 일본제 노리다케와 아리타로 한 세트씩 사주셔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쓴 그릇도 있을 정도로 알아서 준비해 주셨는데,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몇 시까지 청담동 어떤 한복집에 가서 옷을 맞추라던가 가봉을 하라고 하는 등 엄마가 신경 쓰는 일 없게 진행했다.

있는 집으로 시집을 갔던 필자는 시댁으로부터 롤렉스시계와 패물로 7세트를 준비했다거나 밍크 목도리 등 당시로써는 많은 예물을 받았기 때문에 필자도 아들 결혼 준비를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예물도 둘이 알아서 골랐다 하고 함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물품도 알아서 준비했다고 해서 참 세상 좋아졌구나! 손뼉을 쳤었다.

그렇게 저희 둘이 알아서 하니 어떤 일도 참견을 할 수가 없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필자는 필자가 수놓은 배냇저고리를 꼭 입히고 싶었다.

며느리에게 넌지시 “이것 봐라, 예쁘지? 네 남편이 아기 때 입었던 거란다.” 하며 보여 주었더니 예쁘다며 하하 웃을 뿐 아기에게 입히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새 옷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래도 옷감도 부드럽고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입히라고 말하진 못했으며 아기용품은 이미 다 준비해 놓은 것 같았다.

모든 일을 알아서 하는 게 좋았지만 이럴 때 필자 의견을 주장 할 수 없는 게 좀 아쉽긴 하다.

필자는 꺼냈던 아기 옷들을 다시 싸서 장롱 서랍에 간직해 두었다.

가끔씩 꺼내 보면서 우리 아들이 손녀 손자보다 더 작을 때도 있었구나, 그때를 언제까지나 추억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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