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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기사입력 2016-08-08 16:32

▲숨어 있는 고양이. (최원국 동년기자)
▲숨어 있는 고양이. (최원국 동년기자)
단독 주택에 조그만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길고양이가 텃밭에 와 새끼를 낳더니 아예 눌러 앉았다. 도시에 먹을 것이 없어 갓 태어난 새끼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다 못해 생선가게에 가서 생선머리를 얻어 주고 우유를 타 주었지만 전혀 먹지를 못했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러다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애완견 가게에 파는 사료가 있다고 해서 사서 주니 잘 먹는다. 비실비실하던 새끼 고양이 5마리와 어미가 활기를 되찾는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먹이를 주며 돌보다 보면 집이 온통 고양이로 찬다고 주의를 준다. 그런데 어이하랴. 생명은 아름답고 귀중한 것을. 이 지구에서 공생하는 생명체이니 힘이 미치는 데까지 돌보기로 가족들과 합의했다.

얼마 전 아내와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이 생겼다. 고양이가 걱정되었다. 여름에 며칠 먹이를 못 먹으면 탈이 나지 않을까. 새끼 고양이의 애처러운 모습이 눈에 밟혀 집에 있는 막내 아들에게 고양이를 단단히 부탁하고 떠났다. 여행 가서 문자로 먹이를 잘 주고 있는지도 수시로 점검하였다. 소식을 주고받는 중에 고양이가 쥐를 잡았다는 것을 들었다. 밥값을 한 셈인가. 대견함이 느껴졌다. 사람과 동물이 소통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생명다양성이 감소되어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다는 뉴스를 들으면서도 당장 뚜렷한 피해를 못 느껴 무시하고 있다. 생물들이 사라지게 되면 인간도 지구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등장한다.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개발을 해가야 지속가능하다. 인간은 벌써 멸망을 향해 간다는 보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왔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한 지는 곤충이나 식물보다 짧다. 고작 백만년도 안 된 인간에 비해 수억 년을 생존한 생물도 있다. 다른 생물에게 없는 문화적인 힘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지구를 잘 보존할 의무는 없을까. 선한 관리자의 역할이 있다고 보인다. 한 때 채식주의 논쟁으로 갑론을박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100%는 아니지만 채식주의에 찬성하는 편이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느끼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고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을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지구에서 인간보다 오래 생존한 생물에게 배울 점이 있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책 『개미제국의 발견』에 보면 이익을 극대화하는 분업, 저축, 유동식 기업조직, 규모의 경제, 합리적 경영, 개방경제, 의사소통, 전쟁과 노예, 경쟁, 협조, 조직형태 등 경영학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하거나 같은 것이 나온다. 개미연구를 통해 인간이 배울 수 있는 지식이 많다. 개미뿐만 아니라 벌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생명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생물들과 공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필자는 도시에서 살기 어려운 길고양이 6마리를 돌보는 것에서 시작한 셈이다. 잘 되어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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