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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에 대한 나의 소고(小考)

기사입력 2016-08-01 14:25

▲명함은 나를 나타내는 분신이다. 예절을 지켜 명함을 주고받아야 한다 (조왕래 동년기자).
▲명함은 나를 나타내는 분신이다. 예절을 지켜 명함을 주고받아야 한다 (조왕래 동년기자).
길바닥에 나 뒹구는 주인 없는 명함을 주어서 찢은 후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에는 순간이나마 서로의 성실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필요 없다고 분신과 같은 남의 명함을 길바닥에 던져 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하면 남도 내 명함을 짓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길바닥에 명함이 던져 졌다는 것을 명함 주인이 모르니까 모르면 약이라고 그나마 다행입니다. 명함을 주고받는 면전에서 명함 예절이 너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수모를 당한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와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이런 인사 예절이 학교 수업에도 없고 부모로부터 배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명함에 대한 나의 예절을 말하고자 합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일어서서 걷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우고 단정한 자세에서 주고받아야 합니다. 명함 집에서 깨끗한 명함을 건네는 것이 예의입니다. 구겨진 명함이나 손때가 잔뜩 묻어 더러운 것을 건네는 것은 실례입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명함을 공손히 드려야 합니다. 같은 직급이라면 동시에 주고받습니다. 명함을 건넬 때 명함 끝을 잡고 상대가 읽기 쉽도록 드립니다. 내가 명함이 없을 때는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명함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혀야 합니다. 남의 명함을 받고 자기 것은 주지 않으면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명함이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백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서 주면서 상황 설명을 하는 것도 센스입니다.

    

명함을 받았으면 가볍게 확인을 해야 신뢰감을 줍니다. ‘아! 기술과장님이시군요’ 또는 ‘사무실이 방배동에 있군요.’ 라고 하면 나에게 관심을 표현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또 이를  빌미로 대화를 풀어갈 실마리도 됩니다. 일본에서는 같은 한자도 발음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 한자 이름의 발음을 물어봐도 실례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름의 한자를 몰라서 물어보기는 좀 쑥스럽지만  모르는 한자가 있으면 물어봐야 합니다. 지레 짐작으로 그 글자일 거야 하고 틀린 이름을 계속 부르면 더 망신입니다.

    

내 이름자의 한자가 어려운 자가 있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압니다. 상대가 멈칫하는 표정을 지으면 ‘무슨 자 인데 잘 안 쓰는 글자입니다.’ 라고 말해주면 배려 깊은 사람으로 점수를 따고 들어가고 이름을 잘못 부르는 어색함도 예방됩니다. 

    

명함을 받자마자 주머니에 그냥 넣어버리거나 책상 한 구석에 제쳐 놓는 것도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입니다. 대화 중에는 테이블 위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대화를 이어나가고 일어설 때 곱게 챙겨야 합니다. 내 명함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말은 안 해도 상대방은 관심을 갖고 곁눈질로 지켜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의 명함을 잡고 대화에 열중한 나머지 명함을 구부리기도 하고 책상을 명함으로 탁탁 치는 사람도 봤습니다. 아주 몰상식한 행동입니다. 상대가 아랫사람이거나 약자인 경우 어쩔 수 없이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속에서는 울화가 부글부글 끊고 있습니다.

    

직장이 없는 시니어들이 과거 경력을 화려하게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슬퍼 보입니다. 막연한 ‘삶길 전문가’ ‘행복전도사’ 라는 추상적이 직명도 추천할 일이 아닙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넣은 간결한 명함이 후한 점수를 받습니다. 아니면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곧 귀촌 예정입니다.’와 같은 미래 희망을 담는 것은 좋습니다. 혹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명함 예절이 인간관계의 처음을 열어갑니다. 명함을 볼 때마다 명함 주인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다시 상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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