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입이 하는 일은 말 하는 것과 먹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우선 모든 말들을 정해서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아침, 점심, 저녁에 마주치면 정해 놓은 인사들을 항상 주고받는다. 서로가 만나면 으레 하는 말이기 때문에 쑥스럽지도 않고 민망스럽지도 않다. 그냥 웃으면서 아니면 모른 척하면서 지나는 일이 없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높고도 밝은 톤으로 인사말을 건넨다.
‘오하요~’ ‘곤니찌와’ ‘곤방와’ 멋진 말을 걱정하며 궁리하지 않아도 좋다. 물론 우리에게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오, 좋은 일 있어요?’ 등등 많다. 그렇게 우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그날 기분에 따라 아니면 상대방에게 맞는 인사말을 고르든지 만들어서 하게 된다. 자유로운 성격이 나타나는 우리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아니다. 정해져 있는 말을 어느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고받는다. 어느 면으로 정말 편하다. 그 말을 하고 지나가면 누가 뭐라 시비도 안 걸고 서로 유쾌하게 지나가니 말이다. 바빠도 무슨 일이 생겨도 그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좋다. 지극히 평등하다. 또 어른 아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통한다. 지위가 높던지 낮던지 통상의 인사말은 그걸로 족하다. 물론 시대극을 보면 다르지만 내가 하는 얘기는 어디 까지나 우리 모두의 평상인들을 대상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그 인사를 하면서 편안하고 가볍게 웃어주면 서로가 좋은 것이다.
필자가 무슨 일을 열심히 하고 나면 ‘오쯔까레사마데시다’ 라는 수고했다는 인사를 해 준다 피로가 풀려가는 기분이 들고 뭔지 고맙고 힘이 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해주는데 충분한 말이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손질을 하고 나가는 한 사람의 손님에게도 미용사 전원이 정중하게 큰 목소리로 소리쳐 준다. 처음에는 어찌나 큰 인사 소리에 어리둥절하며 순간 부끄러운 기분도 들었지만 얼른 ‘하이하이, 아리가또우고자이마스’ 라고 인사를 하게 되어버린다. 얼른 웃으며 대답하게 하는 위력을 지닌 밝고도 큰 목소리의 정해진 인사다.
그런 식으로의 인사가 일본에는 너무도 많다. 처음엔 별 웃기는 민족이 다 있네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완전 몸에 배어 생활화되어있는 그들의 행동에 조금씩 긍정적인 요소가 생겼다. 그들은 그렇게 자기를 예의 바르게 항상 연습하며 살아가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약간 부러워졌다. 처음엔 별 희한한 형식적인 말들을 멋대가리 없이 잘도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틀에 박힌 말들을 주고받는 사이 깍듯한 예의를 몸에 익히게 되는 거 같았다. 아무렇게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는 법. 그러다 보니 국민들에게 개돼지...운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닐까? 그들은 그 자리 그 자리에 꼭 필요한 말들을 정해 놓고 앵무새처럼 전 국민이 지켜 나가는 게 놀랍다. 정해진 인사들을 주고받으니 서로의 잘잘못을 들춰내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예의들을 지켜갈 수가 있는 말들이 전부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린 정해져 있는 인사들도 태반이 안 지키며 적당히 얼버무리며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같은 입을 가지고 있으면서 너무 아끼는 기분마저 들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