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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이렇게 참는다] 신혼 초부터 주요했던 눈물작전

기사입력 2016-07-08 14:47

▲젊은 시절 필자 부부와 큰딸이 시댁 농장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젊은 시절 필자 부부와 큰딸이 시댁 농장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남편!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남편과 만나 사랑하고 그 결실로 결혼이라는 종착점에 도착,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해도 영원히 남의 편이란 생각이 든다. 각기 다른 삶 속에서 몇 십 년을 살아온 개체들이 완벽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함께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다툼이 없다면 그것은 어쩌면 사랑의 결핍이 아닐까 싶다. 남편과 아내는 미움으로 질펀하게 얼룩진 과정에서 그 삶의 고통까지 오롯이 사랑과 함께하기에 부부라 하는가 보다.

필자 세대도 그렇지만 요즘도 결혼하면 누가 먼저 기선을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신혼 시절에는 남편이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목소리가 높았다. 한번은 퇴근하고 돌아오는 ‘어여쁜’ 남편을 위해 맛있는 볶음밥을 정성껏 준비해 놓았다. 남편은 얼굴이 환하게 변해 “웬일이냐”며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잘 먹던 남편이 갑자기 자기 엄마가 해주던 볶음밥이 1000% 맛있었다고 신소리다. 당연히 필자는 기분 확 잡쳤고 듣다못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나도 질 수 없다’는 듯 남편은 목청 데시벨을 한껏 높이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더니 그 맛난 볶음밥을 뒤집어엎었다. 그리고는 문을 꽝 닫으며 나가 버렸다. 필자는 무섭기도 하고 어이도 없었다. 남편의 나쁜 버릇을 고쳐줘야 했지만 필자도 어린 새댁이라 벌벌 떨기만 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남편 욕을 해대며 그 아수라장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런데 아무리 참아도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그 설움은 며칠 후 폭발했다. 남편이 집에 왔는데 얼굴 보기가 너무 역겨워 얼른 침실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엉엉 울어댄 것이다. 필자는 “오로지 당신 하나 믿고 결혼했는데 이렇게 사람 맘 멍들게 하면 어떻게 하냐”며 소리 내어 ‘엄마’를 불러댔다.

마음 약한 남편은 필자의 강경 반응에 기가 질렸는지 그때부터 안절부절못하고 난리가 났다. 엄청나게 확산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끝내는 두 손 두 발 총동원해 싹싹 빌었다. 결국 첫 신혼부부 싸움은 필자의 100% 승리로 끝났다.

그 후로는 큰 다툼이 벌어지면 일단은 필자가 먼저 소리를 지르며 기선을 잡아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특별히 많은 필자가 펑펑 흐르는 눈물로 한 많은 하소연을 털어놓으면 남편은 “제발 울지 말라”며 끌어안고 달랬다.

물론 남편이 하는 귀여운 저항이 있긴 하다. 슬며시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저항도 오래 못 간다. 바로 전화를 걸어온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며 푹 가라앉은 풀 죽은 목소리로 동정을 사려고 한다. 그러면 필자는 “됐어” 라고 당당하고 시크하게 대답해 보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필자 또한 뒤틀렸던 마음이 사르르 누그러진다.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또 어쩌겠는가’ 하면서 상처 난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래서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는가 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한평생을 살면서 어찌 조용하기만 하겠는가?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는 것이다. 또 다투고 밖으로 나가 봐야 결국은 갈 곳 없어 집으로 향하는 삶이 결국은 인생을 채워가는 것만 같다. 남녀가 만나 부부라는 무촌이 되고, 그 촌수는 언제라도 돌아서면 남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식을 낳으면 상황은 다르다. 자식들이 삶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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