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젊어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공문도 직접 기안문에 펜으로 쓴 뒤 시행문만 타이피스트인 여직원이 타이핑해서 보냈다. 그 뒤 컴퓨터가 보급이 시작됐지만 비용 관계로 1인 1대가 아니라 부서에 1대가 보급되는 귀하신 몸이었다. 이미 부장으로 승진된 필자는 직원들에게 떠밀려 컴퓨터 앞에는 앉기가 어려웠다. 몇 년 뒤 1인 1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고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모든 업무를 전산화해 지방사업소 출장 중에도 결재할 수 있었지만 부서장인 필자는 직접 문서를 생산하지 않고 열람과 결재만 해 점점 뒤처지는 컴퓨터 능력에 속으로 겁을 먹었다.
퇴직 후 제2의 직장에서는 필자가 직접 문서를 만들어야 했다. 직속 부하가 아닌 젊은 사원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필자 머릿속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서식을 만들고 독수리 타법으로 채워 넣기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뿐 아니라 막힐 때마다 부하도 아닌 젊은 사원을 부르는 것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한두 해 살고 말 것도 아니고 하루라도 빨리 못된 컴퓨터 ‘완전 정복’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배울 곳은 전산 학원이었습니다. 당시는 재직자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학원에 20% 정도 교습비용을 내면 수강이 가능했던 ‘호랑이 담배 먹던’ 호시절이었다. 인터넷 활용법과 문서작성법도 배우고 엑셀, 파워포인트는 물론, 포토샵까지 다양하게 여러 과목을 수강했다. 집에서는 딸에게 배우고 회사에서는 젊은 사원들에게서 배우고 학원에서는 강사에게 배우는 ‘몰입 교육’ 덕택으로 속히 배울 수 있었다. 필자보다 어린 학원 선생에게 매일 음료수 1캔을 교탁 위에 올려놓았더니 고마워 하고 학습 분위기도 다른 반보다 좋았다. 요즘 친구들처럼 친목 카페도 만들어 운영하고 블로그도 다음, 네이버, 유어스테이지 이렇게 3개나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 사용법이 또 과제로 눈앞에 닥쳤습니다. 스마트폰은 ‘손의 컴퓨터’라고 하지만 컴퓨터와는 기능이 다르기도 하다. 도서관에 가서 스마트폰 사용법에 관한 책을 구해다 읽기도 하고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드 부문에 대해서는 친절한 A/S센터에 들락날락하면서 물어보면서 배웠다. 여기저기서 시행하는 무료강좌에도 등록하여 사용법을 닥치는 대로 배우고 연습했다. 이런 노력으로 손자, 손녀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변형해 역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맛집이나 길 찾기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카톡, 밴드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블로그에 글도 활발히 쓴 결과로 2015년도 한국블로그산업협에서 시상하는 불로그어워드 개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노인이라고 해서 세월의 변화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혼자서 맞설 수는 없다. 현명하게 변화의 수레에 올라타야 한다. 그리고 즐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