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거시기한 부분만 보니까 물어보셔도 돼요.”
“그러니까… 제가 포경수술을 안 했는디, 요즘에 자꾸 껍데기가 헐어서 안 좋네요. 무슨 큰 병은 아닐까요?”
진찰을 해보니 음경의 귀두를 둘러싸고 있는 포피가 헐어서 전체적으로 돌아가면서 세로로 터져 있는 모양이었다. 염증이 심하지는 않았고, 단지 피부가 헌 정도로 보였는데, 아프거나 덧나지 않도록 연고와 약 처방을 해준 후 말씀드렸다.
“아버님, 나이가 드시면서 피부의 탄력도 떨어지고 더 약해져서 그런 거니 자꾸 재발하면 포경 수술을 지금이라도 하는 게 나을 거예요. 그게 위생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환자분은 2주 정도 후에 국소마취로 포경수술을 하고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잘 지낸다.
자, 그럼 포경수술은 도대체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나이가 들어서 해도 아무 상관 없을까.사실 포경수술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행해왔던 수술 중 하나다. 주로 고대 이집트와 중동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슬람교, 유대교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계속돼 왔다.
우리나라는 어떤 종교적 배경이 없는데도 포경수술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해왔는데, 신생아 포경 수술이 인권문제로 대두하면서 많이 감소한 추세다.
그러면 안 해도 되는 걸까.
포피가 귀두를 덮으면 청결한 환경 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소변 잔류물 등으로 냄새가 날 수 있다. 성인이 됐는데도 귀두가 노출되도록 포피가 벗겨지지 않으면 (이를 진성포경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긴다. 또 한 가지, 요즘 감염 관련 연구에서 많이 나오는 보고 중의 하나가 세균감염이라 바이러스에 의한 성병이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에서 포경수술을 한 남성보다 더 전파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서구의 여러 나라가 연합한 연구에서 아프리카의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 바이러스의 전파에 관해 포경 수술 여부가 영향이 있다는 것을 발표한 지도 한참 됐고, 국내의 연구 데이터도 비교적 흔한 성병인 곤지름(성기사마귀), 헤르페스 등 성적 접촉으로 전파되는 질환은 아무래도 포경수술을 한 쪽이 위험도가 덜하긴 하다. 특히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길어지고, 중년 이후의 연령층이 더 두꺼워지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고, 성생활에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안 하는 것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의학적으로 신생아 포경은 음경암을 예방하려는 의미가 클 뿐, 그 밖의 다른 장점은 없다. 비뇨기과 의사 입장에서도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바늘로 찌르면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데, 엄마 젖도 다 떼지 않은 아이를 소량의 마취제만 바르거나 아직 신경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마취도 안 하고 포경 수술을 하는 것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요즘은 생활환경이 좋아지고, 건강관리도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음경암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발생빈도도 선진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0.3~1% 정도로 확 줄어들었다. 국민 건강 면에서는 음경암을 걱정해 신생아 포경 수술을 해주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도대체 포경 수술을 한다면 무슨 이유로, 언제 해야 하는 걸까?
필자의 비뇨기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당히 주관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첫째, 귀두 포피에 반복되는 염증이 생기는 경우 입구의 협착을 막고 더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해 줘야 한다. 둘째, 성인이 돼서도 포피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면 해줘야 한다. 셋째, 성생활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오픈되어 있고, 훨씬 더 어린나이부터 성생활을 하고, 성 상대자가 인생에 걸쳐 한 사람만 있는 경우가 드문 요즘 젊은이들은 해줘야 한다. 성병에 걸리거나 성병을 보균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넷째, 어쨌든 수술 없이 잘 지내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포피가 자주 헐거나 붓는 경우 전문의의 진찰과 상담을 거친 후 수술을 해 주는 것이 낫다. 반드시 비뇨기과의사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성기나 음낭의 모양이 비뚤어져 있거나, 성기가 살 속에 숨어 작은 경우는 그냥 포경 수술을 하면 안 된다. 어떤 경우에는 이 포피가 모양을 교정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술을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차후에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싶은지 등등을 고려해서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성병 문제만 따진다면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해주는 것이 더 안전하다. 그런 면을 고려하면 만 10~12세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 이 시기를 지나서는 언제든 상관이 없다.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서 결정하고, 편한 시기에 하면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이 나이에 무슨 포경 수술이야’ 할 게 아니라 건강관리상 유리하거나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단,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남들이 안 하니까 안 한다든지, 주변에서 많이 하니까 한다는 식의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골골 백세’가 아니라 ‘건강 백세’, 기왕이면 건강하고 탈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닌가.
>>>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대한성학회 상임이사, 대한여성 성의학 연구회 학술이사, 대한요실금배뇨장애학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거울 속의 나>, <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와 공동저서 <여성 건강하게 백세까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