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현장에서] 우리은행, 금융사기 ‘송금 전 차단’ 강화

입력 2026-10-12 15:31
기사 듣기
00:00 / 00:00

SNS로 투자 유도하는 ‘피그부처링’…미국 60세 이상 손실 77억 달러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 총괄수석이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우리은행 제공)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 총괄수석이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우리은행 제공)

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 유인부터 자금 세탁까지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SNS와 메신저로 신뢰를 쌓은 뒤 투자금을 요구하는 사기도 늘면서, 피해자가 사기를 알아채고 신고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금융사기 전담 조직을 통해 송금 단계에서 피해를 막는 데 대응 역량을 모으고 있다.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 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융사기 범죄가 기능별로 나뉘고 서로 연결된 글로벌 범죄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며 “송금 뒤에는 피해금을 되찾기 어려운 만큼 송금 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에서 24년간 근무한 전 수석은 인터폴 국제공조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등을 담당했다. 해외에 머무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수 기회와 혜택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국내 처음 운영했고, ‘김미영 팀장’ 조직 운영진을 포함해 8명을 검거하는 데도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분업화된 범죄조직, SNS로 표적 골라 접근

전 수석은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2000억 원가량이며 전체 금융사기 피해 규모는 2조3755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규모가 3년 만에 약 3배로 증가한 배경으로는 2020년 이후 확산한 캄보디아 피싱 조직을 꼽았다. 단속이 강화되면 범죄 거점을 옮기거나 조직을 분산하는 등 수법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 수석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산하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의 2025년 보고서를 언급하며 미국의 인터넷 범죄 피해액이 약 208억 달러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피해자의 신고 손실액은 약 77억 달러로 집계됐다. 보고서에는 AI 관련 항목도 별도로 포함됐다. FBI는 2025년 IC3에 접수된 전체 인터넷 범죄 피해액을 208억7700만 달러, 60세 이상 피해자의 손실액을 77억4891만 달러로 집계했다.

전 수석은 과거에는 하나의 조직이 범행 전 과정을 맡았지만, 이제는 개인정보 확보와 피싱 앱 제작, 피해자 유인, 자금 세탁을 기능별로 나눠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기술과 수단을 따로 구할 수 있어 범죄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사회공학적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범죄 조직은 SNS 게시물을 분석해 반려동물 사진을 자주 올리거나 외로움을 드러내는 사람 등에게 접근한다. ‘피그부처링’은 SNS와 메신저로 피해자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은 뒤, 투자 성공 사례를 보여주며 여러 차례 송금을 유도하는 사기다. 피해액이 커질 때까지 관계를 이어가기 때문에 사기 인지와 신고가 늦어질 수 있다. 이미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피해금을 찾아주겠다고 접근하는 ‘리커버리 스캠’도 대표적인 2차 사기 수법으로 언급됐다.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발표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발표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FDS로 송금 막아…AI 탐지는 추진 단계

우리은행은 고객의 거래·기기 정보와 평소 거래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FDS)을 운영하고 있다. 의심 거래가 발견되면 거래 목적과 경위를 확인하고, 사기 정황이 확인되면 지급을 정지한다.

간담회에서는 FDS를 활용한 피해 예방 사례도 소개됐다. 한 고객이 2억9000만 원을 송금한 뒤 일부 금액이 사기 의심 계좌로 이체되자, 은행은 송금인과 수취인의 관계에 관한 설명이 서로 다른 점을 포착했다. 지급 정지로 2억6000만 원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게 우리은행 설명이다. 대출금 1억8000만 원으로 금을 사서 전달하려던 고객의 송금을 막은 사례도 공개됐다. 이 고객은 앞서 다른 금 거래소 계좌로 1억3000만 원을 보낸 상태였다.

전 수석은 2022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률이 22%였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다만 이 수치에는 지급정지로 환급된 금액과 FDS로 예방한 금액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후에 피해금을 되찾기보다 송금 전에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LG유플러스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통신사가 제공하는 AI(인공지능) 분석 정보를 FDS에 활용해 금융사기 위험을 더 빠르게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새로운 위험 패턴을 찾고 FDS 탐지 규칙 후보를 제안하는 체계도 추진하고 있다.

전 수석은 AI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분석해 탐지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AI 기반 FDS 고도화는 향후 계획으로, 현재는 통신정보 연계와 기존 FDS 운영을 바탕으로 대응을 이어가는 단계다.

전 수석은 “피싱 조직은 이 범죄만 오랫동안 파고들지만, 금융회사에서는 담당자가 바뀌는 일이 잦다”며 “지속해서 대응 경험을 쌓을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경각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수석은 “나도 금융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사기 유형을 찾아보고 대응 방법을 알아보게 된다”며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짚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최신뉴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뉴스

브라보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