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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누구와 사는가” 서울 중장년 삶의 질 결정

입력 2026-09-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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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부문·12영역·75개 ‘삶의 질 지표’ 첫 공개… 주거 따른 만족도 차이 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서울 중장년의 삶의 만족도는 취업 여부보다 주거 형태에 따라 더 크게 달라졌다. 자가 거주자와 보증금 없는 월세 거주자의 만족도 차이는 5점 만점에 0.69점이었다. 취업자와 미취업자의 차이는 0.06점에 그쳤다.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을 열고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를 공개했다. 고용률과 소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중장년의 주거·가족·건강·돌봄·노후 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기 위해 개발한 지표다.

포럼은 이해선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의 개회사로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 축사에서 “지난 3월 5개 캠퍼스에 문을 연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25개 자치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절실한지 정확히 살펴보고, 중장년의 다양한 삶에 맞는 정책으로 답하겠다”고 말했다.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 정책의 실증 좌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 정책의 실증 좌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 정책의 실증 좌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서울에 사는 40~64세 2058명의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지표는 가구경제·고용·주거를 다룬 ‘탄탄’, 건강·웰빙·돌봄·공동체·여가를 담은 ‘활력’, 노동·노후·디지털·심리적 전환을 측정한 ‘도약’ 등 3개 부문, 12개 영역, 75개 세부 지표로 구성됐다. 객관적 조건과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을 절반씩 반영했으며, 2026년을 기준으로 매년 변화를 추적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삶의 만족도는 3.18점이었다. 자가 거주자는 3.31점, 보증금 없는 월세 거주자는 2.62점이었다. 기혼자는 3.33점, 미혼자는 2.76점이었고, 3인 이상 가구는 3.28점, 1인 가구는 2.78점이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는 0.65점, 혼인 상태는 0.57점이었다. 계 교수는 “중장년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라며 취업 여부만으로 정책 대상을 구분해서는 실제 취약층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소득 늘어도 만족감은 제자리”

경제 지표에서는 수입 규모와 만족감이 일치하지 않았다. 서울 중장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61만7000원이었지만 소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9%였다. 소득 상위 25%에서도 만족한다는 답은 21% 수준이었다. 취업률은 77.6%였으나 임금·소득 만족도는 2.99점에 머물렀다. 60~64세 취업률은 65.4%로 떨어졌고 근로시간도 줄었다.

주거 안정성은 자가 거주자가 3.51점, 전세 거주자가 2.83점, 월세 거주자가 2.65점이었다. 자가 비율은 61.4%였지만 월세 거주자는 16.8%에 달했다. 단순히 집이 있는지를 넘어 현재 거처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건강 영역에서는 응답자의 49%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고 비만율은 34.5%였다. 남성의 비만율과 만성질환 수가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족관계 만족도는 3.54점, 삶의 만족도는 3.18점이었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활력은 2.88점으로 낮았다.

부모나 자녀 가운데 한쪽 이상을 돌보는 사람은 88.1%였다. 부모와 자녀를 함께 책임지는 ‘샌드위치 세대’는 48.4%였고, 50~54세에서는 62.1%까지 높아졌다. 여성의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은 3시간으로 남성의 1.7시간보다 길었다.

인간관계와 지역사회 연결도 엇갈렸다.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90.3%였지만 지역사회 소속감은 2.72점으로 주관 지표 중 가장 낮았다. 국내 여행과 운동, 문화예술 관람 경험은 70~80%대였으나 여가 시간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27.1%뿐이었다.

경력 전환에서도 의향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9.5%였고, 이 가운데 35.9%는 40대에 첫 퇴직을 겪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람은 62%였지만 충분히 대비했다는 응답은 13.9%에 불과했다. 현재 자신에 대한 평가보다 10년 뒤 삶에 대한 기대가 낮아, 불안의 원인이 개인적 자신감보다 미래의 일자리와 생활 조건에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디지털 전환 역량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무인단말기 사용 능력에 반해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역량의 차이가 컸다.

계봉오 교수는 특히 AI활용 능력과 관련 교육 요구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계 교수는 “AI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AI 교육에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AI 활용능력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에서는 서울 중장년의 월 최소생활비를 196만원, 적정생활비를 321만원, 여유생활비를 540만원으로 추산했다. 적정생활비는 1인 가구 229만원, 5인 가구 451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63.9%였지만 서울시 정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2.6%였다. 시간과 거리, 정보 부족이 참여를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HRD대학원 교수가 경력과 기업 수요의 불일치를 진단하며 중장년 대상 직무·훈련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HRD대학원 교수가 경력과 기업 수요의 불일치를 진단하며 중장년 대상 직무·훈련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이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중장년 구직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무·훈련 분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이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중장년 구직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무·훈련 분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일자리 미스매치, 해법은 직무 전환”

다른 발표자들은 지표에서 드러난 문제를 일자리 정책과 연결했다.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HRD대학원 교수는 중장년 고용의 핵심 문제를 일자리 부족이 아닌 ‘경력과 기업 수요의 불일치’로 진단했다. 안전·소방, 정보통신, 에너지·설비, 데이터·AI 등 7개 분야를 조사해 AI 전환 지원 전문가, 정보통신 인프라 유지보수사, 영상정보관리사, 중소기업 경영지원 전문가, 펫푸드 전문가, 태양광 안전관리자 등 6개 대표 직무와 300~320시간의 훈련 방안을 내놨다.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은 서울 중장년의 94.3%가 서울 안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61.3%는 필요한 자격이나 경력을 갖춘 지원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책임은 자격을 더해 진입하는 ‘숙련형’, 기존 경력을 활용하는 ‘고경력 활용형’,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신규 유망형’으로 직무와 훈련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강소랑 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서울 426개 행정동과 5개 50플러스캠퍼스 이용 자료를 분석했다. 캠퍼스에서 1㎞ 멀어질 때마다 이용자가 약 6.5%씩 줄었고, 거리가 4㎞를 넘으면 이용률이 크게 떨어졌다. 새 캠퍼스 이용 예상자의 94% 이상은 기존 이용자의 이동이 아니라 신규 참여자로 분석됐다. 캠퍼스 확충이 그동안 정책을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강소랑 팀장은 “반경 4㎞는 시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서비스권의 경계”라며 “이 경계 밖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기존 이용자를 나눠 갖는 게 아니라 새로운 참여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선재 충남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 윤예지 다큐브 대표, 양홍모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 차장 등 참석자들이 중장년 교육과 취업을 잇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황선재 충남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 윤예지 다큐브 대표, 양홍모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 차장 등 참석자들이 중장년 교육과 취업을 잇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황선재 충남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교육과 취업을 잇는 방안이 논의됐다.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책임은 1대1 경력 진단 뒤 1개월 이내 속성반, 3개월 이내 정규반, 즉시 취업이 가능한 인재 매칭으로 경로를 나누는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소개했다.

윤예지 다큐브 대표는 기업의 기존 업무를 AI 시스템으로 옮기는 ‘AI 전환 지원 전문가’를 새 진로로 꼽았다. 윤 대표는 “AI의 발전으로 근로자의 코딩 능력 수요는 낮아지고, 고객사의 업무 구조와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해져, 중장년의 오랜 조직 경험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다만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려면 2~3개월 정도의 도구 활용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홍모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 차장은 AI가 CCTV 이상 장면을 선별하더라도 위기 여부를 판단하고 경찰·소방과 연결하는 최종 역할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영상정보관리사’를 생활권 기반 직무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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